인류를 포함한 ‘포유류’의 시대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공룡 등 파충류의 전성시대를 지나 지구 생명체의 대표 격이 된 포유류의 생존 가능 기간이 2억5,000만 년가량 남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머나먼 미래의 얘기이긴 하다. 하지만 약 2억5,000만 년 전쯤 처음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포유류의 역사가 이제 반환점을 맞았다는 걸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영국 브리스톨대 알렉산더 판스워스 연구팀은 25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네이처 지구과학’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대륙의 생성 원리인 판구조론과 온난화 등을 고려한 모형화 실험 결과, ‘판게아 울티마’가 2억5,000만 년 후 찾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판게아 울티마는 본래 하나였다가 갈라진 각각의 대륙이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초대륙 현상을 뜻하는 용어다.
연구팀은 판게아 울티마 시기의 지구가 섭씨 40~70도의 불모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화산 활동과 이산화탄소 급증, 지구와 가까워진 태양의 복사에너지 증가 등이 원인이다. 포유류가 살아남기엔 지나치게 높은 기온 탓에 결국 ‘대량 멸종’을 피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결론이다. 북극과 남극 변두리의 8% 정도 피난처에서 생존을 이어갈 순 있겠으나, 공룡 멸종 후 6,500만 년간 누려 왔던 지배종의 지위는 누리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판스워스 교수는 “포유류가 더위를 견딜 수 있는 냉혈 파충류로 대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포유류는 매서운 추위를 겪으며 털이나 동면 등을 통해 더 낮은 온도에서도 살아남도록 진화해 왔지만, 고온 한계 상황은 겪어 보지 못한 만큼 극한 더위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구가 76억 년 후 태양에 삼켜져 사라진다는 연구는 이미 나온 바 있다. 그러나 판스워스 연구팀은 1억1,000만 년마다 태양 에너지가 1%씩 증가하고, 이에 더해 초대륙 현상이 이런 온난화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육지는 바다보다 빠른 속도로 달아오르는 만큼, 초대륙은 지구 온도를 치솟게 하는 일종의 프라이팬 역할을 할 수 있다. 심지어 이번 연구 결과는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에 해당 시점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다만, 판게아 울티마가 열대지방이 아닌 북극에서 나타날 경우 인류의 생존은 연장될 수 있다. 판스워스 교수는 “인류가 만약 2억5,000만 년 후에도 존재한다면 공상과학 소설처럼 환경에 적응할 방법을 찾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