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맞아 가족과 ‘실내동물원’? 가기 전 알아야 할 사실들

입력
2023.10.02 09:00



이번 추석 연휴는 상당히 긴 휴일을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다가오는 10월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추석 연휴(9월28~30일)에 더해 개천절까지 최대 6일을 쉴 수 있습니다.

자연스레 휴일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가족 계획을 세우신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특히 자녀가 있으신 분들은 최근 몇 년새 부쩍 늘어난 ‘실내동물원’을 고려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난해 4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전 해제된 뒤, 휴일 가족 나들이 장소로 실내동물원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도심지에 위치한 실내동물원은 간편하면서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울 수 있어서입니다.

실제로 네이버 블로그에 실내동물원이 얼마나 언급됐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020년 1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기 직전인 지난해 3월까지 27개월간 실내동물원이 언급된 블로그 게시글은 3만1,607건(월평균 약 1,170건)이었습니다.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18개월간 실내동물원을 거론한 블로그 게시글은 3만9,238건(월평균 약 2,179건)이었습니다. 그만큼 코로나19 이후 실내동물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걸 보여줍니다. 글 내용은 어린 자녀와 함께 실내동물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왔다는 후기가 대다수였습니다.

그러나 높은 관심에 비해 실내동물원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비좁은 실내에서 각종 야생동물을 사육하는 모습은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동물의 습성을 존중하지 않는 학대 행위와도 같아서입니다. 국제 야생동물 보전단체 ‘본프리재단’(Born Free Foundation)의 크리스 드레이퍼 대표는 2019년 한국의 실내동물원을 둘러본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충격적이었다. 특히, 수달을 사육장에 전시하며 구멍을 통해 먹이를 구걸하도록 한 구조가 그렇다.
행동풍부화를 통해 야생동물의 습성과 욕구를 채우게끔 유도하는 게 동물원의 상식인데,
오히려 구걸을 하게 하는 건 동물복지에 좋지 않다.
관람객에게도 ‘동물을 이렇게 다뤄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반생태적 교육효과만 남을 듯하다.

국내 동물단체들은 수년 전부터 실내동물원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해 왔습니다. 실내동물원 상당수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이는 야생동물을 만지게 하거나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합니다. 조류 전시장에서는 사람과 새 사육장 경계를 아예 없애버렸습니다.

동물단체들은 실내동물원이 사람의 유희만을 위해 설계된 공간이라고 주장합니다. 한 실내동물원은 100종 이상 2,700마리 이상의 동물을 쇼핑몰 지하에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동물을 위한 자연채광이나 외부 공기 등 자연적인 요소는 전혀 없고, 야외 방사장도 없습니다. 이 같은 단조로운 사육 환경은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기 쉽습니다.

단순히 동물복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실내동물원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관람객의 안전도 꾸준히 지적됐습니다. 관리하는 인력들이 동물의 공격을 받는 안전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실제로 2019년에는 부천의 한 실내동물원에서 사육하던 반달곰이 청소하던 사육사의 다리를 공격한 사건이 발생한 적도 있습니다.

인수공통질병 감염 문제도 이와 함께 거론됩니다. 실제로 지난 2019년에는 경기도의 한 실내동물원이 전시하던 코아티가 결핵균에 감염돼 폐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해당 동물원에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지만, 이 사실은 1년이 지나고 나서야 뒤늦게 밝혀져 역학조사나 추적은 아예 불가능했습니다.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우리 사회는 실내동물원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운영할 수 없게끔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오는 12월부터 시행될 동물원수족관법은 실내 시설에서 동물을 전시하는 걸 대폭 제한하게 됩니다.

제도 변화를 위한 논의는 2020년부터 진행됐습니다. 2020년 당시 국회에서 열린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서울대 수의과대학 이항 교수는 실내동물원을 “야생동물과 사람 사이 밀접한 접촉을 허용하는 위험한 시설”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는 이어서 “이런 시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신종 질병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실내동물원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실내동물원의 동물들은 사육장에서 태어나 실내에서 길러져 야생의 잠재적 숙주와의 접촉이 거의 차단된 환경”이라고 반문했지만, 결국 공중보건이 더 중요하다는 법의 취지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실내동물원은 어떤 규제를 받게 되는 걸까요? 환경부에서 법 개정을 염두에 두고 2021년 내놓은 ‘동물원 사육관리’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실내동물원에서 대표적으로 전시되는 라쿤, 코아티, 너구리 등의 사육관리 기준에는 "잠을 자거나 동시의 모든 개체가 몸을 가릴 은신처가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또한 내실 1개와 방사장 2개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도 명시돼 있습니다. 게다가 동물의 위해요소 중 하나로 ‘관람객에 손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도 명시돼 있습니다. 즉, 이 동물들이 사람과 접촉하는 게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위험하다는 뜻입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올해 안에 공개될 동물원수족관법 하위 법령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길 것”이라며 “동물의 습성과 상관 없는 무분별한 체험 프로그램 역시 규제 대상이 포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올해 12월부터 당장 법 기준에 미달하는 실내동물원이 폐쇄되는 건 아닙니다. 기존의 실내동물원 운영자들은 5년의 유예기간 동안 관련 영업을 지속하면서 법 규정에 맞춘 사육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다만, 유예기간이 있다고 해서 해당 시설을 방문하는 게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이 대표는 강조합니다. 그는 “실내동물원의 문제점 중 하나가 인수공통질병”이라며 “5년 동안은 실내동물원이 인수공통질병으로부터 안전하기에 유예기간을 설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실내동물원이 갑자기 동물원수족관법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까닭에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설정된 유예기간일 뿐, 실내동물원에서의 질병 감염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뜻입니다.

특히 이 대표는 실내동물원의 주 고객층이 어린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는 “어린이들은 동물을 만진 뒤 손을 닦는 등 사후 조치 없이 입으로 손을 가져가는 등의 행동을 쉽게 보일 수 있다”며 감염 위험성이 더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가 유행할 때보다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더 떨어진 듯해 걱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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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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