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는 확실한 금융지원 방안이 담겨 있다. 요약하면 건설사들이 돈을 빌리기 쉽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다. 실제 21조 원이 웃도는 자금을 투입해 '돈맥경화'에 걸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돈줄을 뚫기로 했다.
정부는 부동산 PF 자금 경색을 해결하지 않을 경우 최근 공급 부족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선두주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다. HUG는 당초 10조 원에서 15조 원으로, 주금공은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PF 대출 보증 규모를 확대한다.
보증 여력이 25조 원으로 확대되는 만큼 PF 사업장별 대출 한도도 늘어난다. 그간 HUG는 전체 PF 사업비의 50%까지만 대출 보증을 서줬지만 앞으로는 70%까지 늘리기로 했다. 시공사 도급 순위 700위 이내여야 보증이 가능했던 기준은 폐지하고, 시공순위 100위 이내는 토지비의 5%만 자기자본이 있으면 HUG 보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부실, 부실 우려 사업장에 PF 정상화 펀드도 투입, 부실채권 매입과 사업성 제고에 쓰기로 했다. 당초 1조 원 규모로 계획했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펀드는 1조1,000억 원으로 확대 편성하고, 캠코 펀드에 참여하고 있는 신한·국민·NH·우리금융을 포함한 금융권이 별도로 1조 원을 조성한다. PF 사업장의 사업성이 확인될 경우 만기연장, 이자유예, 채무조정 등을 통해 돕고, 사업성 확보가 어려운 사업장은 경·공매를 통해 빠르게 정리한다.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은 "80~90%에 달하는 정상 사업장은 충분한 자금 공급을 하고, 어려운 사업장은 공적 자금이 들어가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은 정상 PF 사업장과 건설사의 보증과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매입에 총 7조2,000억 원을 지원한다. 건설공제조합 등도 3조 원 규모의 지급 보증을 도입해 사업자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고금리, 원가 상승 등 그간 PF 대출 시장이 경색된 근본 원인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실 위험이 큰 사업장을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이 돈을 모아 지원하는 방식인 데다 리스크를 공적기관이 떠안는 구조여서 민간 기업 살리기에 세금과 고객 예금이 투입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묻지마 보증을 설 게 아니라, 부실 사업장은 이참에 최대한 가려내 털고 가는 편이 장기적으로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