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 거부에 기념 촬영 외면까지... 냉랭한 남북 사이

입력
2023.09.26 15:45
은메달 딴 북한, 금메달 한국과 단체 사진 거부
일부는 애국가 울려 퍼질 때 울먹여
북한 유도 김철광은 '악수 거부'
이번 대회 언론 접촉도 최대한 피하는 모습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선 한국과 북한 선수들 사이에 냉랭함이 맴돌고 있다.

지난 25일 곽용빈(충남체육회) 정유진(청주시청) 하광철(부산시청)로 꾸려진 러닝타깃 남자 대표팀은 10m 러닝타깃 단체전에서 북한을 꺾고 1,668점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과 북한은 동일 점수를 기록했지만 10.5점 이상을 명중시킨 숫자에서 10개(39-29) 앞서 극적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메달 색보다 관심을 끈 것은 시상식에서 보인 북한 선수들의 태도였다. 시상식이 끝난 후 마지막에는 수상자 전원이 금메달 시상대에서 단체사진을 찍는 것이 대회의 관례다. 그러나 북한의 권광일 박명원 유송준은 사진을 거부했다. 한국 선수들이 함께 기념촬영할 것을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외면했다.

로이터통신은 “남한 측 선수가 북한 선수의 어깨를 두드리고 대화를 시도했지만, 북한 측에서는 침묵을 지켰다”라며 “상대가 서 있는 왼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은메달을 수여받을 때도 북한 선수들은 침울한 표정을 지켰고, 때때로 한숨을 쉬기도 했다.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는 국기 쪽을 바라보지도 않았으며 북한 선수 1명은 울먹이기까지 했다.

한국과 북한 사이의 냉랭함은 유도장에서도 펼쳐졌다. 유도는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승리했지만, 두 국가 사이의 차가운 거리는 유지됐다.

25일 북한 유도 대표팀의 김철광은 남자 73kg급 16강전에서 한국 대표팀 강헌철에게 한판승을 거뒀다. 강헌철은 김철광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으나 이를 거부하고 돌아섰다. 규범과 예의를 중시하는 유도에서는 경기를 치른 선수가 악수한 뒤 서로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다. 심지어 승자가 패자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이 보통인데, 김철광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김철광의 경우 한국과 친분도 있던 사이란 것이다. 그는 2018년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들과 단일팀을 이뤄 혼성 단체전에 나선 바 있다. 아직까지 대한유도회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에는 한국 선수들과 환하게 웃고 있는 김철광의 모습이 걸려 있다.

북한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언론 접촉도 최대한 피하고 있다. 지난 22일 진행된 선수촌 입촌식 현장에서도 북한 선수들은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닫았다. 시합이 끝나고 진행되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도 선수들은 기자들의 질문을 대부분 외면하고 있다.

이동건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