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 배뇨장애와 건강기능식품, 전문의 "글쎄요"

입력
2023.10.07 10:00
소변용 건강기능식품, 치료 목적은 금물 
이영진 전문의, '배뇨장애는 전립선 질환'

대구 중구의 조창환(62)씨는 전립선비대증 때문에 배뇨장애를 겪고 있다. 그는 '먹으면 소변이 콸콸 나온다'는 광고를 접하고 해당 건강기능식품을 오랫동안 복용했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돈만 낭비하고 수술대에 올랐다.

이영진 비뇨의학과 전문의는 "전립선 질환으로 인한 배뇨장애는 비뇨기과 의사의 처방을 통한 전문의약품으로 치료해야 하는 만성 진행성 질환이다"며 "건강보조식품으로 질환을 치료하려는 것은 숟가락으로 삽질하는 거나 다름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진립선비대증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이들은 2017년 119만1,595명, 2019년 127만604명, 2019년 131만8,549명, 2020년 130만4,329명, 2021년 125만4,026명으로 나타나 2017년에 비교해 16만명 넘게 증가할 만큼 많은 이들이 배뇨장애를 겪고 있다.

전립선은 남성의 방광 아래 요도를 둘러싼 호두알 크기의 조직으로 무게는 약 20g정도다. 정액의 70%를 생산하고 남성의 중요한 남성호르몬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이 전립선이 염증으로 붓거나 비대증이 생기면 방광에서 나온 요도를 압박해 배뇨장애가 일어난다.

전립선 질환은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질환 중 하나로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더 심해지는 진행성 질환이다. 전립선 질환은 일단 발병하면 소변 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자주 화장실을 가고 새벽에서 몇 번이나 화장실을 다니다 보면 수면의 질까지 떨어진다. 염증으로 인한 전립선염의 경우 소변을 볼 때 요도 통증과 더불어 다양한 배뇨장애 증상까지 겹치기 때문에 남성들에게는 가장 곤욕스러운 질환일 수밖에 없다.

전립선 질환, 남성호르몬 영향도 커

전립선 비대증은 탈모처럼 남성호르몬 영향이 크다. 원인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 화합 작용으로 변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 DHT)에 의해 유발된다.

쉽게 말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은 남성호르몬이 증가하면서 테스토스테론이 변환하는데 이는 전립선 크기를 증식시켜 비대증을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동물성지방이나 남성호르몬을 유도하는 식습관과도 연관되어 있다. 호르몬 억제와 다양한 전립선 비대 증상을 억제하고 경화된 전립선을 부드럽게 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주는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다. 또 염증으로 커진 전립선염의 경우 적절한 항생제치료로 염증을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방광 관련 근육을 이완시켜 배뇨기능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전립선 질환을 의료기관을 통해 원인을 파악 후 치료를 하지 않고 과대 광고에 현혹돼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다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또 전립선 질환이나 배뇨장애를 질환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방치해 증상이 악화한 후에야 비뇨기과을 찾는 경우도 허다하다.

전립선염이나 비대증으로 인한 대표적인 증상은 배뇨장애다. 소변을 보는 것이 어렵고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고 잔뇨감, 야뇨증 등 다양한 증상으로 발병하는데 비뇨기과를 찾아 증상을 완화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증상이 호전된다.

배뇨장애 원인이 전립선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전립선 관련 건강기능식품은 바로 이런 환자들을 노리고 생산되는 제품들이다. 이들의 과대광고를 보고 있으면 건강식품으로 병을 치료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쏘팔메토 열매가 전립선 증상에 특효약?

전립선 건강기능식품은 쏘팔메토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고 광고한다. 쏘팔메도는 쏘팔메토 나무 열매로 사막이나 혹독한 환경에서 자라는 나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쏘팔메토 열매 추출물 수입량은 2018년 64톤에서 2019년 96톤, 2020년 174톤, 2021년 344톤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날 만큼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쏘팔메토가 전립선 증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의료인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배뇨장애, 의약품이 건강기능식품보다 훨씬 저렴

실제 서구에서는 쏘팔메토를 포함한 전립선 영양제가 많이 통용된다. 이유는 서구의 의료기관은 진료를 받는 것이 매우 힘든데다 의료비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처방을 받고 치료제를 구매하는 것도 고가이기 때문에 민간요법 차원에서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완벽에 가까운 의료보험제도 덕분에 전립선 치료제가 전립선 건강기능식품보다 훨씬 저렴하다. 배뇨장애 증상 초기에만 비뇨기과를 찾아도 진행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말 그대로 전립선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품으로 치료제인 전문의약품과 엄연히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한다.

배뇨질환에 대해 건강기능식품과 전문의약품의 차이

건강기능식품은 전립선 건강에는 일부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이다. 온라인이나 홈쇼핑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의약품과는 달리 배뇨장애 효과나 안정성이나 임상근거가 전문의약품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판매처에서는 특정 식물이나 동물의 추출물이 배뇨장애 증상에 효과가 좋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전립선비대증의 연구나 효과는 전문의약품에 비해 근거가 약하기 때문에 영양제 개념으로 보는 것이 좋다.

의약품은 일반의약품이나 전문의약품으로 나뉜다. 의약품은 효능이나 치료를 우선한다. 전립선 비대나 염증에 의한 직접적인 배뇨장애를 치료한다. 야뇨, 잔뇨, 빈뇨 등 다양한 배뇨증상에 적용된다. 이 약은 의료진 처방하에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나 공인기관에서 오랫동안 임상연구를 통해 효과나 안전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질환치료 목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이영진 비뇨의학과 전문의는 “배뇨장애는 전립선을 포함해서 신경계통의 이상, 방광 기능의 저하 등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조기에 의료진과 상의 후 치료해야 한다”며 “치료 효과가 불확실한 전립선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보다 비뇨기과 전문의의 치료를 빨리 받는 것이 효과나 비용면에서 더욱 합리적“이라


전립선에 좋은 생활습관

△반신욕을 생활화할 것

배뇨장애가 있을 때 반신욕만 해도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딱딱해진 전립선이 부드러워지고 혈류가 원활하게 흘러 소변이 편하게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육류를 줄이고 콩, 마늘 등 채소 위주의 식단을 구성할 것

남성호르몬을 생성하는 육류나 동물성 지방은 전립선을 더욱 비대하게 만들 수 있다. 채식 위주의 식단과 전립선에 좋은 채소만 섭취해도 비싼 영양제만큼 효과를 볼 수 있다.

△하루 40분 이상 걷기나 실내자전거 등으로 하체를 강화할 것

땀을 배출하는 정기적인 하체를 쓰는 운동을 하면 하체가 자극되고 다양한 혈액순화과 노폐물 배출이 된다. 런닝머신으로 40분 이상 걷기나 사이클을 하면 하체자극은 물론 전립선에 자극이 주어질 수 있어 배뇨를 원활히 하는데 도움이 된다.

△겨울철 엉덩이는 찬 곳을 피하고 내의를 입을 것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유독 배뇨장애가 심해진다. 수축된 혈관이 전립선에도 영향을 미치는 까닭이다. 딱딱해진 전립선이 배뇨장애를 악화시킨다. 차가운 곳은 앉지 말고 하체를 항상 따뜻하게 해야 한다.

△술과 담배는 전립선을 공격하는 큰 적군

전립선 질환에 가장 큰 적은 음주다. 술은 이뇨작용을 초래하는데 과음을 하면 소변이 늘어 오줌보가 가늘어지고 감각신경 이상으로 뇌가 소변 신호를 잘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흡연을 하면 인체에 흡수된 니코틴이 온몸의 혈관을 수축시킨다. 전립선으로 가는 미세혈관의 경우 수축되면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전립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금연과 금주는 필수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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