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태권도 간판 장준(23·한국가스공사)이 겨루기에서 첫 '금빛 발차기'에 성공했다. 전날 품새에서 한국 선수단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빛 물꼬를 튼 태권도는 초반 메달을 쓸어 담아 종주국의 위상을 지켰다.
장준은 25일 중국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대회 태권도 겨루기 남자 58㎏급 결승에서 이란의 마흐미 하지모사에이나포티(19)를 라운드 점수 2-0으로 꺾고 개인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준은 1라운드 1-1에서 상대 머리를 가격하며 4-1로 앞섰고, 펀치를 몸에 적중시켜 5-1로 달아났다. 후반에 머리를 맞아 5-4로 추격을 허용했지만 더 이상 점수를 내주지 않고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2라운드는 상대에게 끌려갔다. 0-1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몸에 킥을 가격당해 0-3까지 뒤졌다. 이후 장준은 공격을 퍼부으며 반격에 나섰지만 상대의 감점으로 1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1-4로 뒤진 종료 4초 전 회심의 발차기로 극적인 동점을 만든 데 이어 또 한번 발차기로 득점에 성공하며 금메달을 완성했다.
비디오판독이 결정적이었다. 1라운드에서 1-1로 맞선 종료 50초 전 머리 공격에 성공했으나 점수가 인정되지 않자 곧바로 요청했고, 판정이 번복돼 3점을 획득했다. 경기 후 장준은 "1라운드 때 심판분께서 다른 부분만 보셔서 '인정되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내가 확실히 맞힌 게 맞아서…"라고 웃은 장준은 "얼굴을 맞힌 장면인데 심판분께서 다음 장면만 계속 보셨다"고 설명했다.
장준은 한국 태권도를 이끌었던 이대훈의 후계자로 꼽힌다. 형을 따라간 태권도장에서 처음 태권도를 접하고 부모님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 때 정식적으로 선수의 길을 걸은 장준은 고교생이던 2018년 8월 열린 모스크바 월드그랑프리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혜성처럼 떠올랐다. 2019년에는 세 차례 월드그랑프리 시리즈와 세계선수권까지 싹쓸이해 단 1년 만에 세계를 평정했다. 서양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큰 키(183㎝)와 유연함을 바탕으로 한 기술, 체력 등이 강점이었다.
하지만 순탄한 길만 걸은 건 아니었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으나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동메달에 그쳤다. 장준은 "도쿄 올림픽 때는 경기를 한동안 뛰지 못한 부분이 컸다. 이번에는 경기를 계속 뛰었고 상대 선수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된 상태였다"며 "상대 영상을 많이 보며 계속 훈련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명예회복에 성공했지만 장준은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신예 선수가 많다"며 "이번 (결승 상대) 이란 선수도 그렇다. 그런 선수의 영상을 최대한 많이 챙겨보고 잘 분석해서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이번 대회 태권도 겨루기의 선봉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며 대표팀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태권도 겨루기 일정은 28일까지 매일 계속된다. 남은 금메달은 총 8개다.
한편 김잔디(삼성에스원) 이다빈(서울시청) 박우혁(한국체대) 서건우(한국체대)로 구성된 혼성 대표팀은 처음 신설된 혼성 단체 결승전에서 중국에 77-84로 패해 은메달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