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체육부대에서 선수들과 지도자가 동고동락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대감을 갖게 됐고, 그래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젠 그곳이 집보다 더 집 같아요."
최초 또 최초다. 올림픽 첫 메달에 이어 아시안게임 2관왕·2연패 동시 달성까지, 전웅태(광주광역시청)가 한국 근대5종의 역사를 연이어 새로 쓰고 있다.
전웅태는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그랜드 뉴 센추리 호텔 보아오에서 진행된 근대5종 국가대표 선수단 기자회견에서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내가 2관왕에 오른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며 "좋은 성적으로 우리나라 선수단의 포문을 잘 연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근대5종은 한 선수가 펜싱, 수영, 승마, 육상, 사격 경기에 모두 출전해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리는 종목. 비인기 종목 취급을 받던 때도 있었지만, 전웅태가 2년 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는 기적을 일군 뒤 관심이 높아졌다.
전웅태는 "동료들과 함께여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개인이 여러 경기를 뛰는 종목이지만 함께 출전한 동료들과의 유대감도 경기 성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근대5종은 인간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체력전'인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위기의 순간 서로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강철 체력'으로 유명한 전웅태마저도 혀를 내두를 정도인 대표팀 지옥 훈련도 서로 함께여서 버틸 수 있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근대5종 선수들은 문경 국군체육부대에서 훈련을 진행해 왔다. 진천선수촌에는 승마장이 없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지만, 이런 훈련은 근대5종 대표팀 특유의 유대감을 만들었다. 사실상 외부와 차단돼 동료들과 훈련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전웅태의 활약을 앞세워 대표팀 전체의 성적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 근대5종은 전날(24일) △개인전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단체전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의 성적을 거두며 경기 일정을 마무리했다. '아시아 최강'이라 할 만하다.
아시안게임을 제패한 근대5종 대표팀의 다음 목표는 내년 7월 열리는 파리 올림픽이다. 전웅태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이) 외국 선수들이 나를 보며 더 무서워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어 "마무리를 잘해서 자신감이 생겼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올림픽을 향한 발판이 될 것 같다"며 "우리가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운동선수로서 열심히 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