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검찰단장 직무 배제해야"... 해병대 전 수사단장, 수사팀 교체 요청

입력
2023.09.25 18:00
"경찰에 이첩한 수사기록 탈취한 장본인, 공정성 훼손
박 대령 이전 수사기록 불법 열람 '청부 수사' 멈춰야"
국방부 "내사 사실무근… 근거 없는 주장에 유감"

순직 해병 사건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이 국방부에 수사팀 교체를 공식 요청했다. 박 대령이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한 수사기록을 불법적으로 탈취한 장본인이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인데, 그가 박 대령의 항명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것은 수사의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박 대령 측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2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종합민원실에서 △군 검찰단장 및 담당 군 검사 직무배제 △박 대령에 대한 별건 수사(내사) 중지 △해병 사망사건 수사 관할 원상복구 등의 요구를 담은 수사지휘요청서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제출했다.

김 변호사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박 대령 보직해임 당일 박 대령의 부하인 해병대 중앙수사대장(중수대장)과 통화한 내용을 보면, 김 사령관은 '우리가 한 조치가 다 적법했고 정직하게 했다'며 박 대령의 수사기록 이첩이 자신의 동의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김 사령관은 '군 검찰단이 하다가 안 되면 사령관 지시를 어긴 걸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는데,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을 항명으로 몰아간 수사팀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짜 맞추기식 수사 우려가 크기 때문에 최소한 새로운 수사팀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날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김 사령관과 중수대장의 통화에서, 김 사령관은 "어차피 우리는 진실되게 했기 때문에 잘못된 건 없다. 정훈이가 답답해서 그랬겠지(경찰에 이첩했겠지)"라며 박 대령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 사령관은 또 "정훈이가 법무관리관하고 통화한 기록들 다 있지?"라며 외압 증거 확보 여부를 확인한 뒤 "이렇게 하다가 안 되면 나중에 내 지시사항을 위반한 걸로 갈 수밖에 없을 거야"라며 본인은 박 대령의 책임을 물을 의도가 없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후 김 사령관은 박 대령이 자신의 지시사항을 위반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김 사령관은 3차례 조사 과정에서 이첩보류 지시에 대해 처음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갈수록 진술이 구체화되고 박 대령의 지시 위반 기간도 늘어났다"며 "항명 요건을 짜 맞추기 위한 조사로 보이는데, 어느 정도의 외압이길래 현직 중장이 제대로 말을 못 하고 국회에서 강요된 발언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의구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수사팀 교체 외에도 박 대령이 처리한 이전 사건들에 대한 불법 열람 등 내사를 멈추라고 요청했다. 김 변호사는 "제보에 따르면 국방부 검찰단 외에 해군 검찰단 등 복수의 군 수사기관에서 박 대령의 이전 수사기록 대부분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는 법에 어긋나는 청부수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해병대는 김 사령관의 통화 내용에 대해 "박 대령의 보직해임으로 동요하던 수사단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박 대령이 이첩 보류 지시를 위반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박 대령에 대한 내사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 변호인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별건 수사를 주장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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