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쓴소리... "R&D 예산 줄인다고 구조적 문제 해결 안 돼"

입력
2023.09.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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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R&D, 중장기 과제 투자해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해 "구조적 문제가 있는데 예산만 줄이면 그 문제만 증폭된다"고 비판했다. 과학계를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도 과학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 대응에 대한 쓴소리가 나온 것이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 연구환경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핵심은 정부에서 예산을 책정하는 것뿐 아니라 그 관리 과정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R&D 예산 자체를 줄이는 것만 집중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R&D가 기업의 R&D와 차별점이 없다고 지적하며 그 원인으로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지목했다.

안 의원은 "기업은 먹고살아야 되기 때문에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지만, 정부의 R&D는 중장기 과제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공률이 99%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만 봐도 문제가 있다. 99%가 성공했다는 말은 성공할 수 있는 과제만 신청했다는 것"이라며 "그렇다 보니 세계 최초의 어떤 것도 만들지 못하고 신산업으로 연결되지도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토론회에서는 국가 과학기술정책 문제의 대부분의 원인이 무지함과 관료주의, '관존민비'의 폐단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환진 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는 발제문에서 "기술발전의 원리와 불확실한 연구의 속성을 모르는 공무원과 정책가, 언론인이 과학기술정책에 자주 개입한다"며 "(정부가) 출연연을 지원하기보다는 '갑을관계'를 유지하며 부당한 정책을 적용한다"고 주장했다. 노 전 교수는 선진국이 과학기술 경쟁력을 갖추게 된 배경에 대해 "유연한 관리를 방만한 관리로, 선택집중투자를 특폐나 연구비 갈라먹기로 보는 일반 행정논리를 배격하기 위한 독자적 원칙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토론회에 이어 정부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연총)와 기자회견도 개최했다. 이들은 "정부가 구조적 문제로 파생된 상황은 개선하지 않고 연구원들을 '갈라먹기', '나눠먹기', 연구비 카르텔 집단이라고 지칭하며 사기를 저하시켰다"며 "충분한 의견 수렴과 대안 없이 출연연의 R&D 예산을 삭감해 대한민국 미래를 삭감하는 우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출연연의 정부출연금 삭감안 철회 △PBS 제도 개선△과학기술인 보호 및 진흥·육성 법령 정비 등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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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