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도시 공주, 쓰레기에 묻히다

입력
2023.09.25 17:50
관광지 집결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도시
생활쓰레기 대로 점령 "문화도시 발돋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도시 맞나요?”

지역 최대 축제인 대백제전이 열리기 하루 전날이던 지난 23일 충남 공주시 웅진로. 공주 대표 거리 곳곳에는 축제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각종 현수막과 깃발이 바람에 나부꼈다. 그러나 곳곳에 쌓인 쓰레기들이 도시를 찾은 관광객들의 미간을 좁히게 만들었다.

세종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손님 맞을 채비를 한 도시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본 질서가 안 지켜지고 있다”며 “이번 축제를 통해 국제문화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실제 시내 주요 도로 곳곳에는 쓰레기 더미가 쌓여 나뒹굴었고, 더러는 악취도 풍겼다. 이에 대해 공주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정해진 시간에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데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 책임이 시민에게 있다는 것이다.

대낮에 쓰레기를 배출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 같은 문제를 공주시가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오전 10시쯤 버려져 있던 쓰레기는 공무원들이 퇴근하기 직전이던 오후 5시가 되도록 치워지지 않았다. 공주시는 매년 5억7,000만 원의 예산으로 청소원 69명을 직접 고용, 유연근무제로 운영하고 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2개조로 편성돼 생활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웅진로 주변 한 공인중개사는 “각 가정과 상가에서 배출한 쓰레기들이 웅진로를 차지하는 바람에 공산성과 전통시장 등 주요 관광자원을 품은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이 외면한다”며 “이런 문제 등으로 공실인 상가가 많다”고 말했다.

윤형권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