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회사 키우려고, 헐값에 물품 판 세아… 과징금 32억

입력
2023.09.2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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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홀딩스 계열사끼리 부당 지원
이태성 사장 지배력 확대 '큰 그림'

철강 기업 세아그룹 계열사인 세아창원특수강이 총수 3세 개인 회사에 스테인리스 강관을 경쟁사보다 절반 이상 싸게 판 혐의로 과징금 부과와 함께 수사를 받게 됐다. 총수 3세의 회사를 단기간에 키운 이번 부당 지원은, 그룹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뤄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세아창원특수강 등에 과징금 32억 원을 부과하고 고발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올해 기준 재계 42위인 세아그룹 내 2개 지주사인 세아홀딩스, 세아제강지주 가운데 세아홀딩스 쪽에서 발생했다. 등장 회사·인물은 세아홀딩스 계열사인 세아창원특수강, 신생 계열사 CTC 그리고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이다.

이 사장은 2013년 숨진 이운형 선대 회장의 장남으로 총수 일가 3세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세아홀딩스 내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2014년 개인 회사인 HPP를 설립하고, 이듬해 11월 강관 가공업체 CTC를 인수했다. CTC는 스테인리스 강관을 작은 구멍에 넣어 잡아당기는 식으로 두께를 줄이는 재인발 업체다.

세아창원특수강은 이미 거래 관계였던 CTC를 이 사장이 인수한 직후인 2016년 1월부터 파격 지원했다. CTC가 스테인리스 강관을 많이 살수록 가격을 깎아주는 '물량 할인' 제도를 통해 이익을 제공한 것이다. 세아창원특수강은 CTC만 구매 가능한 규모(분기별 300톤 이상)를 파악해, kg당 1,000원을 깎아줬다. 반면 이 혜택에서 배제된 경쟁사가 적용받은 할인 수준은 kg당 400원에 불과했다.

물량 할인이 2019년 6월까지 3년 6개월이 이어지는 동안 CTC에 대한 세아창원특수강의 실적은 20~30% 이익에서 5% 적자로 돌아섰다. 반면 CTC가 일으킨 매출은 부당 지원 이전인 2015년 92억 원에서 2017년 263억 원으로 약 3배 불었고, 2018년부턴 재인발 시장 내 1위 사업자에 올랐다.

CTC를 향한 부당 지원은 이 사장의 지배력을 넓히려는 '큰 그림' 아래 이뤄졌다. 실제 세아홀딩스에 대한 이 회장 지분율은 2015년 35.12%에서 2022년 44.5%로 커졌다. 이 사장은 CTC의 급성장을 바탕으로 확보한 재원을 세아홀딩스 지분 획득에 일부 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특수관계인에게 부를 이전시키고 그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시킨 행위를 적발·제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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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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