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가 이르면 27일(현지시간) 자체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생성 AI의 선두주자인 챗GPT의 대항마 격인 '메타표 챗GPT'가 베일을 벗게 되는 것이다. 핵심 공략층도 챗GPT의 주 이용층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메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메타가 27일 신제품 공개 행사(메타 커넥트)에서 AI 챗봇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오픈AI의 챗GPT와 구글 바드, 마이크로소프트(MS) 빙 챗봇 등이 주도하는 AI 챗봇 경쟁에 마침내 메타도 가세할 것이란 뜻이다. WSJ는 "메타 내부에선 '젠 AI 페르소나(persona·인격적 실체)'로 불리는 여러 종류의 AI 챗봇에 대한 테스트가 진행 중이며 이 중 하나가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뒤늦은 참전이지만 메타의 차별화 전략은 뚜렷하다. 내부 명칭에서 보듯 '개성'을 살리는 방식이다. 그간 메타는 '건방지지만 유머러스한 챗봇' '지나치게 호기심 많은 챗봇' 등 다른 성격을 가진 수십 종의 챗봇을 개발해 왔다. 이 중에는 유명 연예인을 본뜬 것도 있다고 한다. 앞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캐릭터AI'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을 모사하는 챗봇을 내놓은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메타는 인스타그램 등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약 30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훨씬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타깃 이용층은 젊은 층이다. 물론 Z세대를 겨냥한 AI 챗봇을 메타가 처음 내놓는 건 아니다. 메신저 서비스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은 지난 2월 월 3.99달러짜리 유료 구독 서비스에 AI 챗봇(마이AI)을 추가했다. 여기에 가입하면 카카오톡 친구 추가를 하듯이 AI를 친구 목록에 올려 아무 때나 대화할 수 있다. 수익화에 어려움을 겪던 스냅은 마이AI 출시에 힘입어 4월 유료 서비스 가입자 3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달엔 500만 명도 넘어섰다.
이 같은 전례에 비춰, 뻔한 것을 싫어하는 젊은 이용자들은 무엇보다 '개성 강한' AI 챗봇에 흥미를 느낄 것이라는 게 메타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그런 의중을 드러냈다. 스냅의 마이AI 공개 당시 그는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AI 페르소나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챗봇은 그 결과물인 셈이다.
Z세대 이용자들에게 최적화한 챗봇 출시는 앞으로도 잇따를 전망이다. 테크업계에선 이런 흐름이 다양한 AI 서비스 발전을 가속화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젊은 층의 AI 과몰입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람보다 기계와의 대화를 더 편하게 여기게 될 가능성이 작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또 이용자가 원할 때 원하는 답을 주는 AI와의 소통에 익숙해지면, 토론과 문제 해결 능력이 발달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