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장애인에게 얼마나 평등한 공간일까? 나는 지난 몇 년간 대학에서 장애인권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장애학생들을 만나고 그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장애인에게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고 조금씩 상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장애인에게 대학은 들어가기 좁은 문이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대학진학률이 70%를 넘을 정도로 대학교육이 보편화된 한국 사회에서, 특수교육 대상자(장애학생)의 대학진학률은 2020년 기준 16.7%에 불과하다. 장애학생의 비율은 고등학교에서는 1.9%이지만,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기관에서는 0.4%로 4분의 1 이하로 떨어진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특별전형을 2002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교육부가 평가하는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에서 매번 최우수 또는 우수 등급을 받아 다른 대학에 비하여 장애학생 지원이 비교적 잘되고 있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의 장애인 특별전형 정원은 매년 18명으로 입학생 전체의 0.5% 수준에 불과하며, 그나마 매년 합격인원은 4~7명으로 정원의 30%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학생들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장애인 특별전형이 전부 정시로 선발되고 있어 다른 대학의 수시합격을 포기해야 하고, 매년 지원자의 일부로 매우 적은 숫자만 선발하고 있어 그 기준을 알기 어려워 지원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제도의 디테일이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고, 많은 교육재정 투자를 받고 있으며 한국의 선도적 대학인 서울대학교의 위상을 생각하면 장애학생의 입학에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또한 입학만이 전부는 아니다. 장애학생은 대학에 입학한 이후에도 대학생활과 학업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된다. 연구를 위하여 여러 로스쿨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일이 있는데, 유출의 우려 등의 이유로 교재나 시험문제를 파일로 제공받지 못해 학업과 시험에 어려움을 겪는 일, 접근성 문제로 필요한 장소에 가지 못하거나 참여에 제한을 겪는 일, 학교생활이나 변호사시험과 관련하여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장애학생들은 어렵게 입학한 로스쿨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장애학생의 변호사시험 합격은 더욱더 어렵고 합격률은 점점 낮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최소한의 기회를 보장한다고 하여 실질적 평등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평등한 사회를 위한 여러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으나 장애학생이 대학에 들어오고 생활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여전히 많다. 장애인의 삶의 질에 대하여 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삶의 질이 높은 그룹은 학력 수준이 대체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은 장애인의 삶의 질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또한 장애인구의 비중이 높아지고 더 포용적인 대학사회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대학을 만드는 것은 대학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대학이 장애인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대학 사회에서 다양성의 가치를 생각할 때 한국 대학들이 장애학생의 입학과 생활을 위하여 좀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