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A 회장, WADA 경고에도 北 인공기 게양에 옹호 입장

입력
2023.09.25 13:39
23면
항저우 현장 곳곳에 인공기
WADA “필요하다면 단체에 대해 조치를 시행할 것”
싱 회장 직무대행 "모든 사람이 참여할 기회를 가져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논란이 된 북한의 인공기 게양에 대해 란디르 싱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 직무대행이 옹호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반도핑 규정 위반으로 국제 대회에서 인공기 게양이 금지된 국가이나 항저우의 현장 곳곳에서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25일(한국시간) 로이터, 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싱 직무대행은 “(인공기 게양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모든 사람이 참여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 선수단은 지난 23일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인공기를 앞세워 입장했으며 선수촌 입촌 행사에서도 인공기를 사용했다. 21일 남자 축구 대만과의 경기에서도 북한 선수들은 인공기를 바라보며 국가를 불렀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인공기 게양이 금지된 대회다. 북한이 지난 2021년 10월 효과적인 반도핑 테스트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WADA(세계도핑방지기구)로부터 국기 게양 제재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제외한 지역, 대륙, 세계 스포츠 행사에서 인공기를 걸 수 없다. 북한이 WADA 제재에서 벗어나려면 북한의 반도핑 기관 등에 대한 WADA의 현장 시찰 등이 필요하지만, 북한은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로 관련 조치를 받지 않았다.

제재 조치에도 인공기가 게양되자 WADA는 23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계속해서 세계반도핑규약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모든 서명국과 연락해 상황을 시정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그 결과를 이행하지 않는 단체에 대해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엄포했다.

그러나 싱 OCA 회장 직무대행은 북한의 편에서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번 문제가 코로나19로 불거진 부가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팬데믹을 통해 발생한 문제들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는 WADA와 논의 중이고 북한 역시 그들의 입장을 설명하는 편지를 썼다. 앞으로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기 게양의 배경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혈맹인 북한이 5년 만에 종합 국제대회에 복귀하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북한을 우대하고 있다는 추측이다.

이번 대회 17개 종목에 185명의 선수를 파견한 북한은 복싱과 역도, 레슬링, 사격 등에서 순위권 전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24일 북한의 첫 메달을 선사한 유도 채광진의 메달 수여식에도 인공기가 사용됐다.


이동건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