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메달 레이스가 시작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둘째 날, '금 사냥'에 나섰던 한국 유도가 아쉬운 '노 골드'에 머물렀다.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이 번번이 발목을 잡아 아쉬움을 남겼다.
이하림은 2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유도 남자 60㎏ 이하급 결승전에서 양융웨이(대만)에게 패해 은메달에 그쳤다. "이번엔 꼭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를 밝혀 온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동메달리스트 이하림은 이날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에서도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지만 경기 종료 30여 초를 남기고 업어치기로 절반을 내준 뒤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아쉬움이 가시지 않은 듯, 이하림은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대신 "으아악"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답답함을 표현했다.
'유도 간판' 안바울(남양주시청)은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016 리우올림픽 은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금메달,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한 안바울은 이번 대회에서 아시안게임 2연패를 정조준했다. 하지만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16강전(리금성·북한), 8강전(아이베크 울루·키르기스스탄) 모두 연장 접전을 벌이며 체력을 소진한 안바울은 4강전 상대 다나카 료마(일본)와도 연장전을 치렀다. 그런데 다나카가 안바울의 다리를 잡고 공격하는 반칙성 플레이를 하자 심판이 도리어 안바울에게 세 번째 지도를 줬다. 유도는 한 경기에서 지도를 세 번 받으면 반칙패가 된다. 안바울이 소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다는 판정이었다.
경기 후 '판정에 문제가 있었나'라는 기자들의 물음에 안바울은 "아니다. 내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담담하게 반응했다.
여자유도 48㎏ 이하급 이혜경(광주도시철도공사)은 '고의적인 신체 가격' 판정으로 반칙패를 당하면서 동메달 결정전에 나가지도 못한 채 대회 5위에 머물렀다. 4강전에서 손을 뻗다 아비바 아부자키노바(카자흐스탄)의 얼굴을 친 게 문제가 됐다. 이혜경은 눈물을 터뜨리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심판은 고의적인 가격이라고 판단했다. 유도에선 고의적으로 상대방의 신체를 가격하는 행위가 금지되며 이 같은 행동으로 결론 나면 남은 경기에 참가할 수가 없다. 대한유도회는 "심판부에서 이혜경이 도복을 잡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 얼굴을 여러 번 가격한 것에 대해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자격을 잃은 이혜경은 동메달 결정전에도 나가지 못하고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정예린(인천시청)은 유도 여자 52㎏ 이하급에서 갈리야 틴바예바(카자흐스탄)를 꺾고 동메달을 추가했다.
한편 북한의 채광진은 남자 60㎏ 이하급 동메달결정전에서 엔크타이반 아룬볼드(몽골)를 꺾고 북한에 첫 메달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