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위반'에 게양 금지됐는데... 곳곳에 북한 인공기 펄럭

입력
2023.09.2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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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도핑방지기구, 북한 '국기 금지' 제재에도
개회식 등에 인공기 등장... 개최국 中의 비호?
"북한, 제재 미준수... 필요한 조치 취할 것"

도핑 문제로 국제대회 국기 게양을 금지당한 북한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현장 곳곳에서 북한의 국기인 인공기를 버젓이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는 북한 선수단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북한 선수단은 지난 2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인공기를 앞세워 입장했다. 22일 항저우 선수촌 입촌 공식 행사에도 인공기가 게양됐다. 이밖에 탁구, 축구 등 북한 선수단이 출전하는 경기장에도 인공기가 게양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인공기 게양이 금지된 대회다. 앞서 WADA는 2021년 10월 "북한의 반도핑기구가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림픽·패럴림픽을 제외한 국제대회에서 북한 국기의 게양을 금지했다. 제재 해제를 위해선 북한의 반도핑 기관에 대한 외부 감시단 시찰 등 시정조치가 필요한데, 북한은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해 관련 조치를 받지 않았다.

인공기 게양은 개최국인 중국의 묵인 아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혈맹'인 북한이 5년 만에 종합 국제대회에 복귀하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WADA의 제재에 따르지 않으면서까지 북한을 우대해 주고 있다는 추측이다.

제재 조치에도 인공기가 잇달아 게양되면서 WADA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WADA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계속해서 세계반도핑규약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그 결과를 이행하지 않는 단체에 대해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분위기로는 북한 선수가 우승한 경기 시상식에서 인공기를 걸고 북한 국가를 연주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역도와 레슬링, 사격, 권투 등에서 메달권에 있다.

러시아는 북한과 비슷한 제재를 받은 대표적인 국가다. 도핑 스캔들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를 받게 되자 '러시아'라는 국가명 대신 '러시아출신올림픽선수(OAR)',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등의 명칭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중국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선 시상식에서도 국기 대신 ROC 깃발을, 국가 대신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사용했다.

최동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