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 참석차 중국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먼저 밝혔다고 우리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지난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가 만난 지 16일 만에 다시 한중 최고위급 회담이 이뤄진 건 고무적이다. 이런 만남에서 시 주석이 방한 의사를 비친 것도 환영할 일이다.
다만 중국 관영 매체들은 시 주석의 방한 언급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오히려 “한국이 중국과 함께 한중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정책과 행동에 반영하고 서로 존중하며 우호 협력의 큰 방향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의식한 듯 한국이 중국을 중시한다는 걸 먼저 실천해 달라는 주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외교의 기본이 상호주의에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서로 상대방을 동등하게 존중할 때 양국 관계도 발전할 수 있다.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국빈 방문 이후 방한한 적이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두 차례 방중에도 답방은 없었다. 상호주의에 입각, 이번엔 시 주석이 방한하는 게 순서다. 지금도 늦었다. 정말 한국을 존중한다면 말로 그칠 게 아니라 정책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건 시 주석 자신이다.
한국과 중국은 오랫동안 교류해 온 이웃 나라이다. 경제적으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묶여 있다.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로 지역 안보가 불안해지는 건 양국의 국익에 모두 불리하다. 한중 정상이 상호 방문하는 건 조건을 붙일 일이 아니다. 우리 정부도 시 주석의 방한에 연연하지 말고 당당하게 요구할 건 요구하며 협상하는 게 필요하다. 저자세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교훈은 이미 충분하다. 코로나19로 끊겼던 한중 정상의 교류와 소통이 하루빨리 재개돼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한반도 평화와 양국 경제 발전에도 기여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