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중국 경제 침체로 국내 제조 기업들은 4분기(10~12월) 경기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거라 예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업들은 내수와 수출 모두 지금보다 나빠질 거라고 내다봤다. 반면 기관 등 산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다음 달(10월) 경기가 9월보다 더 좋을 거라는 전망이 나와 산업 현장과 온도차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4분기 제조업 경기(BSI) 전망은 84로 3분기(7~9월) 전망치 91보다도 7포인트 하락했다. 4~15일 제조업체 2,282개에 문의한 결과로 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을 밝게 낮으면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본다는 의미다.
응답 기업을 나눠 산출한 부문별 BSI도 내수(3분기 90→4분기 84), 수출(94→83) 모두 기준선 아래에 머물렀고 수치도 이전 분기보다 더 떨어졌다.
대한상의는 "중국 경제와 정보통신(IT) 경기 회복 지연 등 수출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않았다"며 "최근 급등한 유가 상황이 길어질 경우 물가 상승과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 기업들의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부분 업종이 기준치 이하 그러니까 3분기보다 4분기가 나빠질 거라고 전망됐는데 특히 반도체를 포함한 IT‧가전(78), 철강(76), 정유‧석유화학(73) 업종 전망치가 70대로 떨어지며 부진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이유로 응답 기업의 59.2%가 "현재 경영 추세로 볼 때 연초 세운 연간 영업이익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이라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같은 날 국책 연구 기관인 산업연구원은 11~15일 금융기관과 산업협회 및 단체, 연구소 등에 소속된 산업 전문가 159명을 조사한 결과 10월 제조업 경기가 9월보다 좋아질 거라고 응답했다는 엇갈린 전망치를 내놨다. 전문가 조사지수(PSI)도 100을 기준으로 그보다 높으면 경기를 낙관적으로 낮으면 비관적으로 내다본다. 제조업 전체 업황(109)을 비롯해 내수(104), 수출(119), 생산(107), 재고(115) 등 모든 분야에서 10월 전문가 경기 전망치는 기준선 100을 넘었다. 다만 9월 경기 전망에 비해서는 낙관적으로 보는 정도가 줄었다. 8월 발표한 9월 전망 PSI는 내수 104, 수출 119, 생산 수준 107, 재고 118 등으로 10월 전망 PSI보다 더 높았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8월 물가 상승률이 다시 3%대로 반등한 데 더해 고금리에 따른 민간의 부채 부담으로 민간 소비 회복이 지연되면 수출과 내수 어느 것 하나도 하반기 경제 회복을 이끌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