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 여부에 대한 양국 정부 해석의 온도 차가 뚜렷하다. 23일 중국 항저우에서 시 주석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회동 후 한국 정부는 그의 방한이 곧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한 반면, 중국 정부 반응은 미온적이다. 실제 시 주석은 한국을 향해 "상호 존중 정책을 행동으로 보여 달라"며 최근 한국·미국·일본 3국의 안보 협력 노선이 강화되는 데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2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한 총리와 시 주석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이 열린 전날 항저우 시후 국빈관에서 따로 만나 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자 파트너"라며 "중국은 중·한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시대에 발맞춰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이 중국과 함께 중·한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정책과 행동에 반영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우호협력의 큰 방향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 입장을 보다 존중해 달라는 당부이자, 한미일 3각 안보 협력 강화 노선이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친다는 우려를 에둘러 표명한 셈이다.
시 주석은 또 "(한중) 양국은 다자주의와 글로벌 자유 무역 시스템을 옹호하고, 소통과 조정을 강화하며 국제질서를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도 말했다. 중국은 반도체 수출 통제 등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 정책에 대해 "국제 무역 질서를 깨는 반(反)시장적 조치"라고 반발해 왔다. '자유무역'을 강조한 시 주석 발언은 결국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에 한국이 동참하지 말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회담에선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도 거론됐다.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회담 후 브리핑에서 "이날 대화 중 시 주석이 먼저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측 발표문에는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이 포함되지 않았다. 한중의 시각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7월 국빈 방한을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지 않았다.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중인 2017년 12월, 2019년 12월 두 차례 중국을 찾은 만큼 이제는 시 주석이 방한할 차례라는 게 한국 정부 입장이다.
성사 가능성은 현재로선 반반이다. 시 주석이 한 총리와의 회동에서 방한 의지와 함께, 한국의 외교 노선에 대한 불만도 함께 내비쳤기 때문이다. 한미일 3국 군사 협력 수위를 낮추기 위해 '방한 카드'를 외교적 레버리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