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평전' 판매량 한 달 만에 47배 늘었다 ... '역사 논쟁'이 쏘아올린 작은 공

입력
2023.09.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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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5종 판매량 한 달 만에 12.9배 증가
저자 초청 북토크도 곳곳에서 개최

요즘 서점가에서 '홍범도 장군'을 다룬 책들이 '역주행(뒤늦게 흥행하거나 판매고가 높아지는 현상)'하고 있다. 지난달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전력을 문제 삼아 교내의 홍 장군 흉상을 철거한다는 계획이 알려진 게 계기다. 국방부가 해군의 '홍범도함' 명칭 변경까지 추진하는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역사논쟁이 가열되면서 독서 대중의 손길이 홍범도 관련 서적으로 향하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홍범도 관련 도서의 판매량이 급증한 것은 지난달 28, 29일이 기점이 됐다. 이에 앞서 25, 26일은 육사의 흉상 철거 추진 방침이 언론에 보도됐고 국방부의 언론 브리핑 등이 진행됐다. 독립 영웅을 둘러싼 난데없는 색깔 논쟁이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이 된 셈이다.

'민족의 장군 홍범도(한길사 발행)' '범도 1, 2(문학동네 발행)',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평전(레드우드 발행)' '홍범도 장군(한울아카데미)' 등 관련 단행본 5종의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교보문고 판매량은 전월 같은 기간 대비 12.9배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홍범도 평전'은 47.3배, '민족의 장군 홍범도'는 40.3배, '범도 1, 2'는 약 7배 판매량이 신장했다. 교보문고는 원칙적으로 도서의 개별 판매량은 공개하지 않는다.

올해 삼일절을 맞아 출간된 '민족의 장군 홍범도'는 42년간 홍 장군을 연구해 온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이동순 영남대 명예교수가 홍 장군의 생애를 문학적으로 재조명한 평전이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그의 목소리로 부활시켰다. 840쪽 양장본의 가격은 2만8,000원 수준으로 다소 부담스럽지만, 책은 최근 6쇄 인쇄에 들어갔다. 이 교수는 통화에서 "초판은 2쇄를 찍을 때까지 2개월이 걸렸고, 판매량이 저조해 출판사에서 걱정할 정도였는데 흉상 철거 문제가 부각되면서 책이 집중조명을 받기 시작했다"며 "세상이 책 판매량을 올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독립기념관장을 지낸 김삼웅 독립운동사 및 친일반민족사 연구가의 '홍범도 평전'도 역사 논란 이후 판매고가 껑충 뛰었다. 2013년 초판 발행된 책은 2019년 지금의 출판사가 개정증보판으로 펴냈다. 홍범도 장군은 혁혁한 항일투쟁의 공적에도 불구하고 독립운동사에서 소홀히 취급받아 왔다. 후손이 없으며, 타국에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책은 전문가의 평가와 역사적 자료를 더해 홍범도 장군의 활동에 대한 세간의 오해와 오류를 바로잡는 데에 집중한다.

홍범도 장군 관련 북토크도 성황이다. 경남 양산 '평산책방'은 지난 17일 '이동순 작가와의 만남'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시민 120여 명이 참석했고 책방지기인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도 자리를 지켰다. 문 전 대통령은 홍범도 장군 관련 책을 직접 소개하며 "논란의 한가운데에서 올바른 견해를 가지도록 하고자 이동순 작가를 초청해 북콘서트를 열었다"고 인사말을 했다.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등은 장군의 생애와 일제에 맞선 포수들의 항일 무장투쟁을 다룬 장편소설 '범도'를 쓴 방현석 작가(중앙대 교수)를 초청한 북콘서트를 지난 21일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열었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소식으로 역사 문제와 이념 등 다양한 논쟁이 불거진 가운데 홍범도 장군의 생애와 업적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싶은 독자들의 마음이 책 판매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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