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음에도 단식을 이어가며 당권 의지를 밝히고 있다. 다만 26일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의 결과에 따라 23일 차를 맞은 단식 유지 여부와 거취와 관련해 변동 가능성은 다분하다.
일단 이 대표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단식 지속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에서도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원식·정성호·박주민 의원 등은 22일 오전 이 대표가 입원 중인 녹색병원을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우 의원은 "이 대표의 건강이 굉장히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실질심사를 잘 응하는 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단식을 풀 것을 강하게 권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무위원회도 결의를 통해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요구했고, 친이재명계가 다수인 최고위원들도 이날 오후 이 대표를 찾아 단식 중단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우 의원 등과 만난 자리에서 "뜻을 알았다"고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날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단식이나 자신의 거취를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사가 지속적으로 단식 중단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 대표 본인의 (단식) 의지가 강한 상태"라며 "(영장실질심사는) 서면으로 받을 수도 있고 직접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단식을 유지하며 버틸수록 강성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후 영장실질심사의 결과는 이 대표 거취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인용된다면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가결에 이어 또 한 번 리더십에 상처를 입고 비이재명계의 당대표 사퇴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당대표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의 수순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국민을 믿고 굽힘 없이 정진하겠다"며 사실상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전날 MBC 라디오에서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당대표로서의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해야 하고, 당 지도부도 더 강하게 이 대표 중심으로 뭉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설령 구속되더라도 대표직에서 내려오지 않은 채 내년 총선에서 '옥중 공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기각될 경우엔 이 대표가 현재 내홍을 수습하면서 통합에 나서거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에 대한 응징에 나설 수 있다. 이 대표가 전날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당 운영에 있어서도 다양한 의견을 모아내고 의원들 통합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지도부가 다 함께 마음을 모아서 노력하겠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친명계 중심의 최고위원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적'으로 규정한 발언이 나온 만큼 대대적인 응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