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23일 오후 9시(한국시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성대한 막을 올린다. ‘마음이 통하면 미래가 열린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중국 내 확산 여파로 1년 연기돼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5년 만에 치러진다. 그래서 대회 공식 명칭도 ‘2022’를 사용한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시대에 처음 열리는 메이저 국제스포츠 종합대회를 맞아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소속 45개국도 움츠렸던 기지개를 켜고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꾸렸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참가 선수만 1만1,970명에 달해 2024 파리올림픽 출전 인원보다 1,500명이 많다. 국제대회에서 자취를 감췄던 북한도 5년 만에 돌아왔다. 금메달은 40개 종목에 481개가 걸렸다.
1990년 베이징, 2010년 광저우에 이어 중국의 세 번째 아시안게임 개최지 항저우는 온통 축제 분위기다. 항저우의 첫 얼굴인 샤오산 국제공항은 각종 환영 문구로 손님을 분주하게 맞이했고, 시내 고층 빌딩과 중심가는 대회 홍보물과 마스코트가 가득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항저우는 아시아의 많은 스포츠인들과 함께 축제를 즐길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자신했다.
현지 시민들도 1년을 더 기다렸던 대회라 더욱 반가워했고, 성공적인 개최를 바랐다. 22일 찾은 항저우의 대표 관광지 서호에서 대회를 안내하고 있는 진야치는 “아시안게임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을 때는 아쉬웠지만 올해 정상적으로 열리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항저우 시민 고지안밍도 “아시안게임 개최로 도시 환경이 더 좋아졌다”고 반겼다.
항저우 유학 중에 대회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진세리씨는 “아시안게임을 기다렸다”며 “주변에서 대회 얘기를 많이 할 정도로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유학생 문정아씨도 “도시 어디서든 홍보가 잘 돼 개막 전부터 아시안게임 분위기가 물씬 난다”고 했다.
중국 전역에서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회 조직위는 “중추절과 국경절 등 황금연휴를 앞두고 국내 여행 예약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5배 가깝게 늘었다”며 “항저우 국제선 항공권 예약은 지난해보다 20배 이상, 행사장 주변 호텔 예약도 3배 늘었다”고 소개했다.
또 티켓 판매 여행사에 따르면 수영, 다이빙, 탁구, 배드민턴 등 인기 종목은 대부분 매진됐다. 마오젠홍 조직위 사무차장은 “지난 7월 8일 출시된 아시안게임 티켓팅 웹사이트에는 74일 만에 약 3억4,000만 명이 방문했다”며 “여러 종목에 걸쳐 티켓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에 거주한다는 한 시민은 “일찍 아시안게임 티켓을 여러 장 샀다”면서 “연휴에 가족과 함께 항저우에 가서 경기를 관람하고 현지 풍습을 체험하고 싶다”고 밝혔다.
친환경을 내세운 대회 개회식의 주제는 ‘사람, 아름다움, 감동’이다. 하이라이트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공연이다. 전통적으로 개회식은 화려한 불꽃놀이로 축제의 절정을 이뤘지만 이번엔 다양한 시각 효과로 아시아인들의 눈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사샤오란 개회식 총감독은 “녹색 철학 원칙을 지키기 위해 개회식 불꽃놀이 공연 전통을 깰 예정”이라며 “관객들은 엄청난 시각적 효과를 즐기며 개회식의 감동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대회 개최를 반기지 않는 현지의 목소리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아시안게임을 통해 큰 인기를 끌기를 희망한다”면서 “하지만 경제가 침체돼 일부 현지인들은 화려한 스포츠 행사에 큰 비용을 지출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항저우 정부는 최근 5년간 아시안게임 교통 인프라, 경기장, 숙박 시설 및 기타 시설에 2,000억 위안(약 36조6,160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주최 측은 정확한 비용을 밝히진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항저우 시민은 “이 돈을 서민과 젊은이들에게 쓰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며 “지금은 일자리 찾기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