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왔더니 극과 극의 결말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지난 3년여간 구조적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 공항산업을 바라보는 업계의 진단이다. 위기감은 인천국제공항도 마찬가지. 이학재(59)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공항 간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느냐, 과거 영광에 취해 쇠퇴하느냐 전환점에 있다"고 했다. 취임 100일을 나흘 앞둔 22일 영종도 청사에서 만난 그는 "지금까지 '교통시설'이라는 역할에 충실해왔다면 앞으로는 보다 다양한 이용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공항 국제선 이용객은 올해 1~8월 3,501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 73.3%까지 회복했다. 8월만 비교하면 85.1%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완전한 회복은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한 해 8,660억 원의 흑자를 냈던 인천공항은 코로나 3년(2020~2022년) 누적 적자가 1조9,000억 원에 이른다. 인력 감축과 대중교통망 축소에 따른 후유증도 여전하다. 이 사장은 "(경쟁 공항의 대형화 등) 더욱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항공수요와 공항 운영의 완전한 회복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코로나 등 외부 위기에 흔들리지 않기 위한 사업구조 개편과 경영 혁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2017년 첫 삽을 뜬 4단계 확장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급증하는 항공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4조8,405억 원을 들여 제2여객터미널을 확장하고, 네 번째 활주로를 신설하는 이 사업이 내년 10월 끝나면 인천공항의 여객 수용 능력은 연간 7,700만 명에서 세계 3위 수준인 1억600만 명까지 늘어난다. 이 사장은 "세계 3대 인프라 공항에서 나아가 스마트패스(안면인식 출국서비스), 원하는 장소에서 짐을 부치는 이지드랍, 스마트 보안검색장비 등 최첨단 기술을 전면 도입해 빠르고 편리한 '스트레스 없는 똑똑한 공항'을 구현하겠다"며 "궁극적으로 이용객이 걸음을 멈추지 않고 체크인과 출국수속 등을 마칠 수 있는 공항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거쳐가는 공항이 아닌, 가고 싶은 공항으로 조성하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이 사장은 "미술산업 필수 인프라인 미술품 수장고와 무동력 다운힐(활강) 레이싱을 즐길 수 있는 스마트 레이싱 파크 등 다양한 볼거리·놀거리를 개발하고 10월 문 여는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와의 연계 등을 통해 공항에 오고 싶게끔 하겠다"며 "나아가 관광과 항공정비(MRO), 물류 등이 융·복합된 공항 생태계를 구축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인천공항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국제선 여객을, 두 번째로 많은 국제선 화물을 처리하는 공항"이라며 "국민들은 자부심을 갖고, 공사 임직원들은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