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먹거리 찾자...주택경기 침체에 건설사들 신사업 '똑똑'

입력
2023.10.01 08:04
해수담수화, 풍력 등 친환경 사업에
전자제품 재활용 사업까지 진출

건설사들이 신사업 진출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고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토목·주택 사업의 성장세가 한계에 부딪히자 차세대 먹거리 찾기에 눈을 돌린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친환경·에너지 개발이다. 기후변화가 세계적 의제로 떠오르면서 건설업계에도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플랜트 건설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EPC(설계·조달·시공) 능력을 모두 확보한 대형 건설사들이 유리한 시장이기도 하다.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어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하는 해수담수화사업이 대표적이다. GS건설의 경우, 수처리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정하고 자회사인 GS이니마를 앞세워 해수담수화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유럽과 북아프리카, 중남미, 미국 등에서 입지를 구축한 GS이니마는 8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한화 9,200억 원 규모의 해수담수화사업 EPC와 운영권을 수주하기도 했다.

한화 건설부문도 일찌감치 국내 최고 수준의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녹색 사회간접자본 개발자)’ 진입을 목표로 내세웠다. 한화는 2030년까지 육상과 해상에서 2기가와트(GW) 규모의 풍력사업을 개발하고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올해 2월 1조2,4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대전 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 역시 한화가 내세우는 대표적 친환경 사업이다.

일부 회사들은 신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사명까지 바꿨다. 올해 3월 포스코이앤씨로 사명을 바꾼 포스코건설이 대표적이다. 이앤씨는 환경(eco)과 도전(challenge)에서 따왔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현대건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한울 원전 3·4호기 주설비공사 수주전에 뛰어들면서 원자력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신한울 3·4호기 주설비공사 수주를 발판으로 SMR(소형모듈원자로)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건설 역시 지난 2021년 사명을 ‘SK에코플랜트’로 바꾸고 울산과 전남 등 5개 지역에서 총 3.7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 풍력 사업을 진행 중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재활용 전문기업 테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테스는 미국과 유럽 등 23개국에 46개 사업장을 두고 스마트폰 등 각종 전자기기에서 원자재와 희소금속을 추출한다. 에너지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재활용하는 기업으로 업력을 넓히겠다는 포석이다.

이런 건설사들의 움직임은 더 이상 주택 경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절실함이 바탕이 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 규모가 부동산 활황기에 비해서 크게 축소됐다”면서 “대다수 건설사가 당장 이득이 나지 않더라도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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