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일 '핫'한 동물을 꼽으라면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에 살고 있는 판다 '푸바오'와 얼마 전 태어난 쌍둥이 여동생을 빼놓을 수 없겠다. 지난 7월 20일 세 번째 생일을 맞은 푸바오 생일 초청 이벤트에는 80명 모집에 8,000명이 지원했고, 온라인 커뮤니티 팬들은 지하철역에 판다 가족 광고를 실었다. 쌍둥이 여동생 이름 공모에는 2만 명이 참여했고,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보도도 끊이지 않고 있다. 푸바오 성장기를 담은 사진집과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불티나게 팔린다. '푸바오 앓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푸바오를 비롯한 판다가 인기를 끄는 이유를 분석한 기사들도 많다. 대체로 ①사육사와의 친밀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스토리가 있고 ②정기적으로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영상 콘텐츠가 풍성하다는 점이 꼽혔다. 하지만 무엇보다 귀여운 외모가 아닐까 한다.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운 귀여운 외양을 '베이비 스키마'(Baby schema)란 용어로 설명했다. 통통한 볼, 큰 눈, 둥근 머리, 작은 코와 턱 등 영유아적 특성이 모성 또는 부성애를 자극한다는 것인데, 판다가 베이비 스키마의 대표주자로 거론되는 것이다.
국제적 환경단체 세계자연기금(WWF)의 역할을 자세히는 모른다 해도 판다 로고를 기억하는 이들은 있을 것 같다. WWF의 설립자 중 한 사람인 피터 스콧 경이 1961년 설립 기반인 유럽에서 많은 사람들이 판다를 멸종위기의 상징 동물로 여기는 점에 착안해 직접 디자인했다고 한다. 판다의 로고 디자인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해 왔는데 귀는 더 동그래지고 눈은 더 커졌다. 조금씩 달라졌지만 로고들의 공통점은 귀여움이다.
동물의 귀여운 외모는 유기동물 입양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앞서 언급한 베이비 스키마에 따른 귀여운 얼굴의 유기동물들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믹스견이나 믹스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입양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지만 이때도 귀여운 외모 선호 현상은 존재한다.
귀여운 외모의 동물을 좋아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다만 사람의 기준에 귀엽지 않다고 해서 관심 밖에서 멀어지고, 보호 활동이나 입양 순위에서 밀리는 현실에 대해서는 얘기하고 싶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해외에는 못생긴 동물 보호의 필요성을 전하는 단체도 생겼다고 한다. 2012년 영국 생물학자이자 대표 코미디언 사이먼 와트는 '못생긴 동물 보전협회'(The Ugly Animal Preservation Society)를 만들고 "소외되는 못생긴 동물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설립했다"며 "모든 사람이 판다와 북극곰, 눈표범은 알고 있지만 이제는 블로브피시, 민달팽이, 다람쥐원숭이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동물판에도 만연한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생각하던 중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는 내용을 담은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이 떠올랐다. 사랑과 관심이 있어야 자세히 볼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사람 기준으로 못생긴 동물들에게도 사랑과 관심이 확산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