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의회가 한 의원의 ‘어깃장’에 수개월째 미뤄진 군 핵심 인사에 대해 개별 인준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여전히 300명에 달하는 군 고위장성 인사가 “국방부의 임신중단(낙태) 지원 폐기”를 주장하는 공화당 토미 터버빌 상원의원 단 한 사람에 의해 보류된 상태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상원은 21일(현지시간) 각각 육군참모총장과 해병대 사령관 후보자인 랜디 조지와 에릭 스미스에 대한 인준안을 각각 96대1, 96대0으로 가결 처리했다. 이로써 전날 상원을 통과한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 인준에 이어 미군 고위직 3인의 인준이 의회 문턱을 넘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군 인사의 경우 만장일치로 신속하게 일괄 처리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를 가로막은 건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터버빌 의원이었다. 군 장병의 임신중단을 지원하는 국방부 정책을 철회하라면서 버티는 그로 인해 수백 명의 군 고위직 인준이 틀어 막혔다.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의 척 슈머 원내대표는 길어지는 안보 공백 우려에 우선 핵심 보직 지명자는 개별 인준하기로 결정했다. 해병대사령관은 이미 160여 년 만에 처음 공석이 됐고, 현 합참의장의 임기도 이 달까지인 탓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군 인사 개별 인준 소식에 대해 “세 명의 장군과 해당 군 부대, 국방부 전체에는 좋은 일”이라면서도 “말도 안 되는 (터버빌의) 억지에 묶인 다른 316명 장성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 역시 주한미군 부사령관과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임명 절차를 밟지 못하면서 한반도 안보에 영향을 받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 분석에 따르면 상원이 군 인사안을 개별 심사하려면 하루 24시간씩 쉬지 않고 처리한다고 해도 30일 17시간이 걸린다. 하루 8시간만 심사를 하더라도 최소 89일이 든다.
터버빌 의원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의 ‘봉쇄’가 계속된다면 연말까지 발목을 잡히는 군 인사의 규모는 두 배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