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정기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한직으로 발령 난 검사들이 잇따라 검찰을 떠나고 있다. 지난 20일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인사 발표 이후 이틀간 사의를 표명한 검사들만 28명에 달한다. 검사들의 사표 제출은 인사 발령일인 25일 이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의 대표적인 '공안통' 서인선(사법연수원 31기) 서울북부지검 인권보호관은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 글을 올렸다. 그는 "이제 저도,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검찰을 떠나고자 한다"며 "그간 베풀어주신 사랑과 은혜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서 차장검사는 2003년 첫 부임지인 서울중앙지검(당시 서울지검)에서 여성 최초로 공안검사에 발탁되며 화제를 낳았다. 이후엔 여성 최초 법무부 공안기획과장 등을 지내며 검찰 내 '여풍'을 주도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장 시절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의 계엄법 위반 사건을 검사 직권으로 재심 청구했으며, 정부에 사업을 청탁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던 '386 운동권 대부' 허인회 녹색드림협동조합 전 이사장에 대해선 구속 수사로 엄정 대처했다. 서 차장검사는 김오수 검찰총장 당시 대검 대변인을 지낸 뒤 윤석열 정부 들어 한직을 전전했다.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서 활약했던 '특수통' 손영배(28기) 서울남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도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 난 이튿날 사직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미 터진 이슈사건에 갑자기 투입되는 일이 많았던 운명을 가진 검사들 중 한명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힘겨운 때가 많았지만 매번 함께 있어 주신 검찰 구성원들 덕분에 포기하거나 뒷걸음치는 일이 없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바른 일처리를 위해 뻔히 예상되는 불이익이나 시련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었다"며 "바르게 하는 것이 열심히 하는 것보다 어렵고, 어떤 자리에서도 당당하게 하는 것이 바르게 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손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 시절,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투입돼 국정농단 사건 수사의 한 축을 맡았다.
부산지검 외사부장, 인천지검 특수부장 등을 지낸 조대호(30기) 대구지검 1차장도 최근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밖에 사법연수원 30기에선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된 권기대 목포지청장, 양동훈 울산지검 차장검사 등 7명이 이틀 사이 검사복을 벗었다.
중간간부들의 사직도 이어졌다. 북한법·통일법 전문가로 법무부 통일법무과장 등을 지낸 장소영(33기)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장검사는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하지만, 검사가 아닌 자리에서도 항상 검찰을 응원하겠다"며 사의를 밝혔다. 대검 마약과장과 조직범죄과장 등 요직을 지낸 강력 분야 '블랙벨트'(1급 공인전문검사) 천기홍(32기) 대구지검 인권보호관도 검찰을 떠났다.
검사들의 사직은 이날(22일)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는 전체 사직 규모를 고려해 추가 인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