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은 21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일제히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국회와 민주당 당사를 포위하듯 둘러싸며 일부는 내부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주변 곳곳에서는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이날 국회 앞 대로 인근. 오전부터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촉구 집회에 참석하며 국회 표결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보던 지지자들은 생중계를 통해 전해진 가결 소식에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일부는 오열하거나 눈물을 흘리며 항의했다.
이들의 분노는 "전부 국회로 가자"는 한 집회 참가자의 고함에 급격히 커졌다. 경찰이 급히 국회 정문을 중심으로 폴리스라인을 설치했지만, 격앙된 지지자들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마이크를 든 한 50대 여성은 눈물을 흘리며 "국회의원들은 정말 쓰레기들"이라면서 "이제부터는 수박과의 전쟁이다"라고 절규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300명가량이 대열에서 이탈해 9호선 국회의사당역 1번·6번 출구 쪽으로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이들은 진입 경로가 막히자 경찰에게 욕설을 하고, 입구를 가린 철문을 세게 흔들었다. 이 과정에서 철문 일부가 부서졌다.
다른 지지자들은 민주당 당사 쪽으로 집결해 분풀이를 했다. 소수의 극렬 지지자들은 당사 진입을 막고 있는 경찰들을 향해 몸을 던지거나 잡아당기기도 했다. 이에 경찰이 "경찰에 대한 폭행은 형법 등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불법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외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박광온 나오기 전까지는 꼼짝도 안 한다", "이재명이 민주당에 봉사한 게 얼만데!"라며 항의를 이어갔다. '근조 민주당', '가결의원 체포하라'고 인쇄된 A4용지를 나눠 들고는 목소리를 더 높였다.
이날 국회 앞 집회에 모인 참가자 숫자는 주최 측 추산 1만 명이 넘는다. 이들은 이날 오전부터 국회 인근 3개 차로를 점령한 채 부결을 압박했다. 맞불 집회도 벌어졌다.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는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고 이 대표의 구속을 촉구했다. 30여 명의 참가자들은 '윤석열 지지', '체포동의안 무조건 가결'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흔들고 스피커와 확성기를 여러 대 동원해 "이재명 구속, 싹 다 구속"이라는 녹음 방송을 반복적으로 틀었다.
국회사무처가 국회 의사당 출입문 개폐 시간을 조정하며 경비를 강화하고 경찰도 인력을 증원해 만반의 준비에 나섰지만 혼란을 완전히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