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 강조하더니...내년 기후대응 예산, 계획보다 16% 삭감

입력
2023.09.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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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국가기본계획 중기 예산 분석
정부가 세운 재정 투입 계획도 못 지켜
무공해차 보급사업 등 예산 대폭 삭감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탄소 중립 등 기후 위기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우리 정부의 내년 기후대응 예산은 대폭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4월 의결된 ‘탄소중립 국가기본계획(기본계획)’에서 정부가 세운 재정 투입 목표조차 지키지 못한 것으로, 사업의 70%가량은 목표 예산에 미달하는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기후위기 대응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정부 기후위기 대응 예산은 총 14조5,181억 원이다. 이는 기본계획에 적힌 재정투입 목표 17조2,414억 원에 15.8%(2조7,233억 원)나 미치지 못했다. 특히 전체 사업 458개 중 329개(71.8%)는 당초 목표로 한 예산보다 깎인 상태다. 사업의 절반가량(231개)은 지난해 예산보다도 적게 편성됐다.

기본계획은 정부가 공언한 것으로 매년 재정투입 목표 예산이 정해져있다. 정부는 올해 4월 계획안을 확정하면서 2024년 17조2,414억 원, 2025년 18조6,218억 원, 2026년 20조559억 원 2027년 20조6,548억 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삭감된 사업은 환경부의 무공해차(전기·수소차) 보급사업이었다. 올해 예산(3조1,986억 원)보다 25%가 줄어든 2조3,988억 원에 그쳤다. 이 사업의 기본계획상 목표는 3조9,520억 원이다. 전기·수소차는 환경부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올해 4월만 해도 지역별 무공해차 전환 사업을 공모하는 등 정책을 활발히 추진했었다. 노후자동차에 매연저감장치(DPF)를 부착하는 등 자동차 배출가스를 관리하는 사업 예산도 올해 8,548억 원에서 3,236억 원으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국토교통부의 공공건축물그린리모델링 사업(4,406억 원→1,275억 원), 산업통상자원부의 탄소중립산업 핵심기술 개발 사업(1,055억 원→ 412억 원) 등 곳곳의 내년 예산이 기본계획에 크게 못 미친다.

장혜영 의원은 “탄소중립 기본법에서 재정계획을 요구하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에서 일관성 있는 재정 집행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긴축재정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스스로 설정한 기후위기 대응 예산마저 포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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