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총리를 대상으로 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당장 총리 직무 수행에 지장은 없다. 하지만 정부 각 부처를 통할하는 총리의 역할을 감안하면 정치적·상징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이날 여야 의원 295명이 표결에 참석해 찬성 175표, 반대 116표, 기권 4표로 집계됐다. 총리 해임건의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된다. 현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절반이 149명인데, 해임을 주장해 온 민주당 의원만 167명(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 제외)에 달한다. 국민의힘 의원(110명)들이 일제히 반대표를 던졌지만 역부족이었다.
총리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1948년 제헌국회 이후 처음이다. 지금까지 발의된 총리 해임건의안은 총 9건이다. 이 중 한 총리를 제외하고 표결 절차를 밟은 3건(정일권·황인성·이영덕)은 부결됐고, 나머지 6건은 기한(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폐기됐다.
다만 해임건의안은 구속력이 없다. 윤 대통령이 야당 요구에 응할 리도 만무하다. 윤 대통령은 앞서 박진 외교부·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결 이후 총리실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 총리는 이날 국정현안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는 등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23일에는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중국 항저우를 찾는다.
이 같은 업무 수행 여부와 별개로 '사상 첫 해임 건의 총리'라는 압박감은 작지 않아 보인다.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표결에 앞선 제안설명에서 한 총리를 향해 "함량미달", "무책임", "기능 형해화"라고 날을 세웠다. 한 총리에 '무능 총리' 낙인을 찍으면서 사실상 윤석열 정부를 불신임한 셈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국민 통합을 상징하는 총리 역할 상실을 기록에 남기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힌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대치 정국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이날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사진행발언에서 "(총리 해임 건의안은) 검찰이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맞불 성격임을 드러낸다"며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언급하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민주당의 한 총리 해임 건의를 '현 정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지금보다 더 강경한 태도로 야당을 상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