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교권보호 4법' 쟁취 반색… "내달 추가 입법 요구 집회"

입력
2023.09.21 17:30
교권보호 4법 국회 본회의 통과
정당한 생활지도 아동학대 면책 
학부모 반복 악성 민원은 제재
교사들 "아동복지법 등 과제 남아"

지난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수만 명의 교사들이 9차례 집회를 열어 입법을 촉구해 온 '교권보호 4법'이 21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입법으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보호하고,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지속적 부당 민원 등으로 교권을 침해한 학부모를 제재할 수 있는 조치도 신설됐다.

교사 사회는 법안 통과를 일제히 환영했다. 매주 주말 도심에서 진행됐던 집회도 당분간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집회 주최 측은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등 추가 입법을 요구하며 다음 달 집회 재개를 예고했다.

교권4법 국회 통과, 무엇이 바뀌나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일괄 의결했다. 교사들이 이달 국회 본회의에서 1호 법안으로 통과시킬 것을 요구해온 법안들이다. 교사들 요구에 여당과 야당, 교육부, 시도교육감은 4자 협의체를 구성해 법안을 검토했고 결국 서이초 교사 사망 두 달 만에 결실을 냈다.

교원지위법은 △교사의 생활지도 행위가 아동학대범죄로 신고됐을 때 교육감이 의무적으로 조사·수사기관에 의견 제출 △공무방해·무고 등 범죄행위, 부당한 민원의 반복 제기 등을 교권침해 행위로 규정 △교권침해 학부모에게 서면사과 및 재발방지 서약, 특별교육 등 제재 조치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교육지원청 지역교권보호위원회로 변경 △교권침해 학생과 교사의 즉시 분리 △아동학대로 신고된 교사에 대한 직위해제 제한 등을 담고 있다.

개정된 초중등교육법과 유아교육법은 민원 처리의 책임을 학교장(원장)에게 부여하고,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복지법상 금지행위(신체적·정서적 학대, 방임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교장은 교사의 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조치를 해야 하고, 보호자는 교직원이나 다른 학생(유아)의 인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의무 조항도 신설됐다.

학생, 교사, 학부모 3주체의 권리와 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교육기본법은 학부모 책임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부모 등 보호자는 교사와 학교가 전문적인 판단으로 학생을 교육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교사단체 "환영...아동학대처벌법·아동복지법도 개정하라"

교원단체들은 교권보호 4법의 국회 통과에 일제히 환영 입장을 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고, 나아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교사노조연맹도 "4대 개정안은 교사들이 절박하게 요구해온 교육할 권리 확대, 학생 학습권 보호에 기여할 것"이라고 반겼다.

다만 교사들은 교권 보호를 위한 입법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마련된 초중등교육법의 '아동학대 혐의 면책' 조항을 넘어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도 개정하라는 요구가 핵심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날 "의심만으로도 신고할 수 있는 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의 과도한 정서학대 조항은 정상적 교육활동을 위축시킨 요인"이라는 입장을 냈다. 교총도 두 법의 개정을 후속조치로 요구했다.

서이초 사건 직후부터 지난주까지 매주 토요일 진행됐던 교사들의 대규모 집회는 일단 휴지기에 들어갔다. 다만 집회를 주최해온 '전국교사일동' 관계자는 이날 "더 본질적인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이 필요하고, 잇단 교사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도 안 된 상태"라며 "10월 14일과 28일에 집회를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손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