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ㆍ하나은행ㆍ현대해상 자회사 등 거대 금융기업 위탁업체 소속 콜센터 노동자들이 근로조건 개선을 기치로 다음 달 초 총파업에 나선다.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국민은행콜센터지회·하나은행콜센터지회·현대씨앤알콜센터지회·현대하이카손해사정콜센터지회 노동자들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권 콜센터 노동자들이 한날한시에 단결된 총파업에 나선다”며 “더 이상 위탁업체ㆍ자회사 뒤에 숨어 불법적인 지시만 하는 원청의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동자들은 △근무조건 상향 △성과급 지급 △원청의 직접 고용을 요구했다. 이들은 “전 사회적인 지탄을 받는 금융권 카르텔이 노동자를 탄압한다면 노동자도 단결로 맞설 수밖에 없다”며 “콜센터 노동의 대가가 제대로 인정받을 때까지 투쟁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콜센터 업체는 ‘여성 집중ㆍ저임금ㆍ비정규직’ 노동의 대표 사업장으로 꼽히지만 여태껏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은 없었다. 노조 관계자는 “콜센터 업계 최초로 10월 초 1,500여 명이 결집하는 대규모 연대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미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90% 수준의 찬성으로 쟁의권을 획득했다”고 말했다.
콜센터는 한국 사회 착취 구조가 또렷하게 나타나는 사업장이다. 대기업 원청이 하청업체 2, 3곳을 경쟁시켜 상담사들의 노동력을 최대치로 뽑아낸다. 취업이 마땅치 않은 경력 단절 여성이 콜센터로 유입되기에, 기업들도 노동환경 개선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콜센터 노동자는 약 50만 명으로 이 가운데 77%가 비정규직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21년 ‘콜센터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동자 1,990명 가운데 48%가 스트레스 등으로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 있다’고 답했다. 과도한 실적 압박, 업무 모니터링 등 부당처우를 매달 5, 6차례 경험한다고 답했다. 강도 높은 근무 조건에도 평균 월급은 205만 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