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로부터 교권침해를 당하던 교사가 사망했음에도 상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던 경기 의정부시 호원초등학교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 절차가 시작된다. 호원초 사망 교사는 수업 중 발생한 아이의 부상을 항의하는 학부모에게 수백만원의 치료비를 뜯겼고, 사망 당일까지 또 다른 학부모에게 집중적인 문자 메시지를 받으며 괴롭힘을 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부모들은 경찰 수사를 받는다.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은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고 이영승 호원초 교사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도교육청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합동대응반을 구성해 감사를 벌여 왔다.
도교육청 조사결과 이 교사가 받았던 교육활동 침해 행위는 모두 3건이다. 2017년 수업 중 한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가 칼에 베이는 사고가 발생하자, 이 교사는 학교 측에 건의해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해 두 차례 치료비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피해 학생의 학부모 A씨는 이 보상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미 군에 입대한 이 교사의 부대를 찾아가는가 하면 이 교사 복직 후에도 지속적으로 민원을 냈다. 시달리다 못한 이 교사는 2019년 4월부터 11월까지 매월 50만원씩 8차례 사비를 털어 치료비를 건넸다.
또 이 교사는 평소 결석이 잦은 학생의 학부모 B씨로부터 2021년 3월부터 사망 당일인 같은 해 12월 8일까지 "출석으로 처리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이 교사와 B씨가 주고받은 문자만 394건에 이른다. 이밖에도 이 교사는 교우 관계에 문제가 있는 아이의 학부모 C씨로부터 2021년 4월부터 문자 메시지에 시달렸으며, 사망 이틀 전인 같은 해 12월 6일 “공개 사과하라”는 문자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도교육청은 이들 학부모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도교육청으로부터 조사 결과 서류 일체를 전달 받아 분석한 뒤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할 것”이라며 “특히 치료비 명목으로 받은 돈에 대해선 공갈 혐의 적용 여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수사의뢰와 별개로 당시 이 교사의 죽음이 '단순 추락사'로 보고된 경위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 지도·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학교 관리자와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고 징계 절차에 나서기로 했다. 실제 학교 측은 이 교사의 사망 이후 학부모의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필요한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임 교육감은 “이 교사 유족 측이 인사혁신처에 순직 신청을 하면 행정적 절차를 지원할 방침”이라며 “지금도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이 교육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기관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