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 15년 복역 후 또 2명 살해... 권재찬, 무기징역 확정

입력
2023.09.21 10:51
1심 사형에서 2심 무기징역 파기
"권재찬, 잔혹한 범행수법은 아냐"
검찰 "사형 선고해야" 주장했지만
대법원 "형소법상 불가능" 기각

과거 살인죄로 15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출소한 뒤, 3년 만에 다시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연쇄살인범 권재찬이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1일 강도살인과 사체유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재찬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권재찬은 2003년 인천에서 전당포 주인을 살해해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2018년까지 복역했다. 이후 그는 2021년 12월 50대 여성 A씨를 살해하고, A씨의 시신 유기를 도와준 옛 직장 동료 B씨마저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권씨가 금품 1,130만 원을 가로챈 사실 등을 파악하고 경제적 궁핍에서 벗어나기 위해 A씨를 살해한 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B씨도 해친 것으로 봤다.

1심 법원은 권재찬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권재찬은 범행을 구체적으로 계획했을 뿐만 아니라 범행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전혀 없다"며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과거 강도살인 등 범행을 저질러 오랫동안 옥살이를 했고, A씨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현행법상 가석방이나 사면 등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절대적 종신형'이 도입되어 있지 않으므로, 무기징역형이 개인의 생명과 사회 안전의 방어라는 점에서 사형을 온전히 대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은 사형은 과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권재찬이 사전에 피해자들에 대한 살인까지 계획하고 준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는 양형기준의 형량 가중 요소로 규정된 '잔혹한 범행수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형의 선고 기준이나 다른 중대범죄 사건에서의 양형과의 균형 등을 종합하면 누구라도 권재찬을 사형에 처하는 게 정당하다고 인정할 만큼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대법원 판단도 항소심과 다르지 않았다. 검찰은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이 선고된 경우에 있어서도 형사소송법상 검사는 그 형이 가볍다는 이유로는 상고할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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