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 목격하고도 현장 이탈 전직 경찰관들 집행유예

입력
2023.09.21 15:21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
직무유기 혐의로 재판 넘겨져

2021년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범행 현장을 이탈하는 등 부실 대응해 해임된 전직 경찰관들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7단독 이주영 판사는 21일 선고 공판에서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A(49) 전 경위와 B(25) 전 순경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이들에게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들은 범죄 현장을 이탈해 경찰공무원으로서의 기본적 직무를 유기, 경찰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7월 1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범행 현장을 이탈한 직무유기를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A 전 경위와 B 전 순경에게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A 전 경위 등은 2021년 11월 15일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범행 제지나 피해자 구호 등 즉각적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임 처분도 받았다.

2002년 경찰에 입문한 A 전 경위는 사건 당시 빌라 외부에서 피해자 비명을 듣고 사건 현장인 3층으로 올라가다가 계단을 내려오는 B 전 순경을 따라 다시 밖으로 나오는 등 즉각 대응하지 않았다. 시보 경찰로 현장에 배치된 지 7개월 됐던 B 전 순경은 빌라 주민 이모(49)씨가 아래층에 사는 40대 여성 피해자 C씨를 흉기로 찌르는 상황을 목격하고도 현장을 벗어났다.

그러는 사이 C씨와 그의 남편, 딸 등 일가족 3명은 이씨가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쳤다. C씨는 목을 찔려 의식을 잃은 뒤 뇌경색 수술을 받았고, 남편과 딸도 얼굴 등에 전치 3~5주의 상처를 입었다.

A 전 경위 등은 구호와 지원 요청을 위해 현장을 잠시 벗어났다고 해명했다. A 전 경위는 “통상 빌라에 출동을 나가 보면 건물 안에선 무전이 잘 터지지 않아 (증원 요청을 하려면) 무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밖으로 나왔다”고 진술했다. B 전 순경은 “당시 (피해자가 흉기에 찔린 뒤) 솟구치는 피를 보고 ’블랙아웃‘ 상태가 됐다.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가해자 이씨는 지난해 11월 24일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유지됐다.

C씨의 남편은 이날 1심 선고 후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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