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명예 돌려달라" 극단 선택 대전 초등교사 순직 인정 촉구

입력
2023.09.21 16:24
교사노조와 유족 국회서 기자회견
유족 "교육당국 왜 방관했나" 울분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교사를 순직으로 인정해 달라고 유족과 교사단체가 호소했다.

대전교사노조와 초등교사노조는 21일 국회 교육위원회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실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사의 극단 선택은 사회적 죽음”이라며 “교사로서 최선을 다했던 고인의 명예를 돌려달라”고 촉구했다.

대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A교사는 이달 5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틀 뒤인 7일 결국 숨졌다. 대전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A교사는 2019년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던 1학년 B학생의 학부모로부터 고소당했다. 고소장에는 A교사가 B학생을 “껌을 씹었다”는 이유로 다른 아동 앞에서 공개적으로 혼내고, 점심시간 급식실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중 친구를 때린 B학생을 다른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큰소리로 혼낸 일 등 7차례에 걸쳐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정수경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모든 내용들은 교사가 정상적인 교육활동 중에 할 수 있는 생활지도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검찰 조사 결과 역시 무혐의로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B학생의 학부모는 4년 동안이나 A교사에 대한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현재 학교에는 학급 친구를 괴롭히는 학생을 제지할 방법과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근거 없는 악성민원을 막을 시스템이 없다”며 “고인의 죽음은 모순된 교직사회가 만들어낸 사회적 죽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족을 대신해 고인의 순직 인정을 촉구한다”며 ‘악성민원을 넣고 고인을 모욕하는 언사를 지속하는 행위를 두고 보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숨진 A교사의 남편은 “해맑고 명랑했던 아내는 바른 것은 칭찬하고 그릇된 것은 꾸짖을 줄 아는 선생님이었다”며 “어느 순간 웃음을 잃고 바른 것과 그릇된 것을 말하지 못하도록 봉인된 채 학부모의 민원, 그리고 교육당국과 관리자들의 방관 속에서 서서히 시들어갔다”고 울분을 토했다.

아울러 “혹자는 이번 사건을 한 사람의 나약함으로, 단순 개인사로 덮고자 할 수 있다”며 “아내의 죽음을 개인사로 치부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은 왜 그랬는지, 관리자들은 왜 방관만 했는지, 손발이 잘린 선생님을 교육당국은 왜 보호하지 않았느냐고 묻고 싶다. 각자의 변명이 아닌, 아내가 꿈꿨던 희망의 교단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해법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대전= 최두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