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본회의 표결을 하루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체포동의안에 반대해달라며 '부결'을 호소한 셈이다.
앞서 6월 "정치수사에 대해서 불체포권리를 포기하겠다"던 약속을 스스로 저버린 모양새다. 당장 국민의힘은 "국민을 속였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3주를 넘어서며 한계에 다다른 이 단식 투쟁의 진정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1,900자가 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공정이 생명인 검찰권을 국회 겁박과 야당분열 도구로 악용하는 전례는 남겨선 안 된다"며 "올가미가 잘못된 것이라면 피할 것이 아니라 부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의 영장청구가 정당하지 않다면 삼권분립의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백현동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공산당식 주장을 한다"면서 "돈 벌면 제3자 뇌물죄, 돈 안 벌면 배임죄라니, 정치검찰에게 이재명은 무엇을 하든 범죄자"라고 반발했다.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서는 "법률가 출신의 유력정치인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1회성 방북이벤트와 인도적 대북지원을 위해 얼굴도 모르는 부패기업가에게 뇌물 100억 원을 북한에 대납시키는 중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라며 "이 3류소설 스토리를 뒷받침할 증거라고는 그 흔한 통화기록이나 녹취, 메모 하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검찰이 자신을 옭아맨 혐의의 부실함을 주장하면서도 최종 결론은 '불체포권리 유지'로 흘렀다. 이 대표는 "제가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당당하게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었다"면서도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국가권력 남용과 정치검찰의 정치공작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저들의 꼼수에 놀아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비회기에 영장을 청구하면 국회 표결 없이 얼마든지 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헌법상 불체포권리는 회기 중에만 유효하기에 이 대표의 주장은 사실상 '불체포권리 유지'에 가깝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그간 뒤에 숨어 체포동의안 부결을 조장하더니 이제 전면에 나서서 민주당 전체에 부결을 지적했다"며 "국민 앞에 약속한 불체포특권 포기가 거짓으로 드러난 만큼 정치인으로서 더 이상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특히 이 대표의 단식이 결국 '방탄용'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비이재명계에서는 이 대표의 호소가 상황을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불만도 나온다. 비이재명계의 한 의원은 "가결에 표를 던지려고 했던 사람들은 더 강하게 하려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민주당 의원들이 가결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대표의 호소가 일정 부분 통한 셈이다. 한 초선의원은 "단식으로 병원에 입원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는 의원은 얼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