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에서 밤을 새워 하는 집회를 금지한 경찰의 처분을 정지해달라는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원천 금지는 '집회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이어진 심야 노숙집회 전면 금지 기조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신명희)는 전날 금속노조가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부분금지 통고처분 집행정지 소송에서 "판결 선고 때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금속노조는 12일 영등포경찰서에 "20일 오전 9시부터 21일 낮 12시까지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일대에서 '노조법 개정 쟁취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영등포서는 "다수가 차도·인도를 주야로 점유하여 집회를 개최하면 심각한 교통·통행 불편이 초래되고, 일상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것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노숙 금지를 통고했다. 이에 금속노조 측은 통고 처분 효력정지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노숙이 전면 금지된다면 집단적 의사 표현의 자유인 집회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금속노조 손을 들어줬다. '심각한 교통 불편이 초래된다'는 경찰 주장에 대해선 "편도 4개 차로 중 3개 차로만 이용하므로 차량 소통이 전면 배제되지 않고 인도도 확보돼 있다"며 "노숙의 개최 시간에 비춰보면 다소간의 교통·통행 불편을 넘어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는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음주는 금지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음주행위가 이뤄지면 참가자들의 통제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중이 운집한 심야 시간대인 점을 고려하면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또 금속노조는 1,000명이 노숙에 참가한다고 했지만, 법원은 300명으로 인원을 제한했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집회·시위의 시간·방법 관련 통제를 강화하는 중이다. 대통령실은 7월 주요 도로 점거와 심야 집회 등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국무조정실과 경찰청에 권고하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옥외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회 및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