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0~6시 집회 전면 금지 추진... "사실상 허가제" 거센 반발

입력
2023.09.2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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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도 불법 가능성 있으면 적극 제한
소음규제 기준 상향 등 꼼수집회도 차단
위헌 요소 비판 쏟아져... 국회 통과 난항

경찰이 심야시간(0~6시)대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낮 시간대에도 신고 접수 단계부터 불법 여부를 철저히 따져 집회를 제한하거나 불허하기로 했다.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목적이지만, 집회·시위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 요소도 다분해 사실상 ‘허가제’로 변질될 것이란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심야집회 원천 차단, 낮에도 불허될 수 있어

경찰청은 21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0~6시 심야집회 금지를 명문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집회·시위 문화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경찰은 올해 5월 민주노총의 1박 2일 노숙집회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집회를 엄단할 것을 지시하자, 특별팀을 꾸려 집회·시위 개선안을 검토해 왔다.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로 규정된 집시법 10조를 개정해 옥외집회 금지 시간대를 구체화한 것이다. 현재는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하면 예외적으로 심야집회도 허용해 왔는데, 0~6시에는 아예 집회 개최를 불허할 계획이다.

평일 출·퇴근 시간대 주요도로 집회도 적극 제한하기로 했다. 공공질서에 미칠 위협이 명백한 집회 또한 사전에 금지할 수 있도록 집시법 8조를 엄격히 해석하기로 했다. 주최 측의 불법행위 전력도 집회 금지의 중요 판단 기준이 된다.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꼼수 집회’에 대한 처벌·제한 규정도 강화된다. 가령 경찰의 질서유지선을 손괴하거나 침범하면 6개월 이하의 징역, 5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하의 징역, 1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강해진다. 소음 규제 역시 현행보다 5~10데시벨(㏈) 강화되며, 주거지역에서의 소음측정 기준도 10분에서 5분 간격으로 단축된다. 아울러 무인기(드론)를 활용해 집회 참가자의 불법행위도 채증하기로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번 개선 방안을 통해 집회·시위 자유와 국민 기본권 보장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면 금지는 위헌" 시민사회 규탄

경찰은 "국민의 평온한 일상 회복"을 개선안의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국회 통과까지는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헌법과 상충되는 지점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야간 옥외집회 금지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14년에도 일몰부터 자정까지 집회 제한에 직장인·학생의 시위 참여 보장이 어렵다며 한정 위헌 결정을 하는 등 야간집회 금지를 과도한 자유 침해로 봤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야간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건 헌재 결정 취지와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며 "시간을 정해 규제하기보다 집회 상황, 장소 등 구체적 방법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시법 8조의 엄격한 해석 역시 불법성을 따지는 기준이 자의적일 수밖에 없어, 시민사회는 경찰이 해당 조항을 악용해 헌법이 금지한 허가제로 운영하려는 발상이라고 의심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 개정안은) 집회허가제를 운영하겠다는, 헌법에 대한 도발 행위"라고 규탄했다. 허진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도 "위험성이 명백하지 않아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집회 신고를 반려하거나 제한·금지할 수 있어 '사전 검열'과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집회 허가제 변질 우려에 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전력은 판단 기준 가운데 하나"라며 "그런 전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금지하는 건 아니고 참고 사항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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