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제78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어린이 납치 행위를 '인종말살'이라고 규탄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직접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국방색 티셔츠를 입고 연단에 선 그는 15분간의 격정적 연설로 참석자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에서 "러시아가 수만 명의 어린이를 납치했다"며 "현재 러시아에 있는 그들은 가족과 모든 관계가 끊어진 채 우크라이나를 증오하도록 교육받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인종말살"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련 증거가 있다"며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해당 혐의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해 "점령지 전부 또는 일부를 인정받기 위해 세계 시장에서 식량 부족을 무기화하려 시도한다"며 "식량과 에너지, 어린이 등 모든 것을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특히 "악(evil)은 믿을 수 없다"면서 각국 정상들을 향해 푸틴 대통령을 신뢰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의 안전 보장 약속 2개월 만에 암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사례도 거론했다.
아울러 러시아가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 위험도 제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핵에너지까지 무기화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시도는 우리뿐만 아니라 여러분 국가까지 겨냥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제안한 종전안 논의를 위한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의'에 각국 정상을 초청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제는 세계 140여개국이 이 평화 공식을 부분적으로 또는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침략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이 회의에 참석하길 바란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침략자는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야 하고 전범은 처벌받아야 한다"며 "추방된 이들은 돌아와야 하고 점령지는 반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결해야 한다. 슬라바 우크라이나(우크라이나에 영광을)"라는 말로 연설을 끝맺었다.
지난해 유엔총회 화상 연설을 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엔 회의장에 직접 참석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유엔총회에 불참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오는 23일 총회에서 연설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