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 학살 혐의로 국제 제재를 받아왔지만 최근 외교무대에 복귀한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내전 발발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찾는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시리아 대통령실은 이날 낸 성명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의 초청을 받은 알아사드 대통령 부부가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21일부터 중국을 공식 방문한다”고 밝혔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베이징과 창저우를 방문 예정이다. 그의 방중은 지난 2004년이 마지막이었다고 AFP는 덧붙였다.
1971년 군부 쿠데타를 일으킨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집권 중인 알아사드 대통령은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의 일환으로 시리아에서도 내전이 발생하자 반(反)정부 시위대를 가혹하게 탄압한 것으로 악명 높다. 독재와 폭정에 항의하는 자국민을 독가스 등으로 살해해 '시리아의 도살자'라는 별명도 있다. 정부군에 의해 희생된 국민은 약 50만 명으로 추산된다.
내전 이후 시리아는 사실상 국제무대에서 쫓겨났다.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과 잔혹 행위를 이유로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가 끊겼고,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에서도 퇴출되며 고립됐다. 그러나 지난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강진을 계기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 국제 제재 때문에 구호에 어려움을 겪는 시리아에게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국가들이 원조에 동참한 걸 시작으로, 지난 5월에는 아랍연맹에도 복귀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의 방중으로 시리아가 고립으로부터 본격적으로 벗어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중국은 내전 이후에도 시리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시리아에 대한 제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적도 있다고 AFP는 전했다. 진나 3월 중국의 중재로 이뤄진 사우디와 알아사드 정부 동맹국인 이란 간 관계 정상화 합의 역시 아랍연맹 복귀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몇주 간 시리아에서는 남부를 중심으로 알아사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퍼지고 있다. 현재 시위대는 “시리아는 알아사드 가문의 소유가 아니라 우리의 것이다” 등 2011년 ‘아랍의 봄’ 당시의 구호를 다시 외치고 있다. 국제무대 복귀로 고립에서 벗어나며 집권 기반을 다지려는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이번 시위가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영국 가디언은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