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대전환 대표인 조정훈 의원을 합당 방식으로 영입키로 발표한 것을 두고 당내 우려가 적지 않다. 사실상 "비례대표 의원의 재선을 노린 합당 아니냐"며 조 의원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보내는 시각뿐 아니라 조 의원이 노리는 지역구를 두고도 내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조 의원은 20대 총선 전인 2016년 2월 더불어민주당에 인재 영입 방식으로 입당했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후 민주당을 탈당해 21대 총선 직전인 2020년 2월 시대전환을 창당했고, 그해 3월 민주당 중심 비례연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합류해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21대 총선 당시 논란이 된 '꼼수 위성정당' 제도를 활용해 배지를 단 셈인데, 이후 더불어시민당과 민주당의 합당에 반대하며 제명되는 방식으로 시대전환으로 복당했다. 원내 입성과 비례대표 의원직 유지 과정에서 수차례 당적을 바꾼 셈이다.
조 의원은 21대 국회 전반기엔 '범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됐지만 후반기엔 민주당이 추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김건희 특검법에 반대했다. 당시 소신 행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국민의힘 소속 총선 출마를 염두에 뒀다'는 눈초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 대립각을 세워 온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아 재선을 노리기 어려우니 국민의힘을 선택했다는 시각이다.
국민의힘의 조 의원 영입에도 원칙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시대전환은 '기본소득제'를 정강정책으로 내걸고 생활 진보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다. 조 의원이 국회 입성 후 기본소득제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을 주장하며 '범민주당 정책'에 힘을 실은 이유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해당 정책들을 앞장서 반대해 왔다. 합당에 앞서 기본소득과 재난지원금에 대해 국민의힘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조 의원 소신이 바뀐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는 뒷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합당으로 영입 인사와 기존 인사 간 공천 갈등이 수면에 드러나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조 의원은 이달 초 서울 마포갑에 현수막을 내걸며 사실상 지역구 출마 의지를 밝혔다. 문제는 마포갑에서 국민의힘 현역의원 2명(이용호·최승재)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에서 "당내 인재들을 너무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면 경선에서 부작용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당사자들도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최 의원은 통화에서 "조건 없는 합당이라고 말하지만, 바로 마포갑 얘기를 하는 것을 보면 누가 봐도 조건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비례의원을 영입하는 것은 처음 본다. 우리 당 비례의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입당 환영식을 열고 문재인 정부 때 국세청장을 지낸 김현준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 고기철 전 제주경찰청장, 박영춘 전 SK그룹 부사장, 유튜버 김영민씨 입당을 발표했다. 김기현 대표는 "각계각층을 아우르는 인재들이 모여드는 것은 우리 당이 집권당으로서의 면모를 더욱 든든히 갖춰 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국민 사랑을 받는 집권당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중요한 증거"라고 말했다. 지도부는 문재인 정부 인사 등을 영입했다고 강조했지만,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전 사장은 LH '순살 아파트'에 일정 책임이 있는 사람이고, 조 전 시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갈등만 부각된 사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