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9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 부결 기류를 겨냥해 "전형적인 집단사고의 오류"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선 "국민들과 약속한 불체포특권 포기를 실천하라"고 압박했다. 체포동의안 가부의 키를 쥔 민주당을 향해 국민의힘이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엔 체포동의안이 부결돼도 민주당의 '방탄' 이미지가 고착화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속내가 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과 함께 오는 21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이 대표 단식은 비록 국민을 설득하지는 못했지만 방탄이라는 소기의 목적에는 다다른 듯 보인다"며 "민주당에서 병원에 입원한 당대표를 감옥에 보낼 수 없다는 동정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법 절차는 정의의 저울에 따라 엄정하게 움직여야지 감정의 저울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려선 안 될 것"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당대표 개인 비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민주당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전형적인 집단사고의 오류"라고 주장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지난 7월 결의는 쇼에 불과했던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본인 주장대로면 법원도 영장을 기각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말을 믿는다면 걱정할 게 뭐가 있냐"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이 7월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했고, 이 대표가 검찰 출석 후 "검찰이 증거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만큼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 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라는 주장이다.
김기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서 토착 비리 혐의자에게 공공연히 충성을 맹세하는 방탄 소모품이 되겠다며 부끄러움도 모른 채 앞장선다는 것이 말이나 될 법한 일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대낮에 대놓고 살생부를 작성하는 민주당을 보면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섬뜩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가결을 주장하는 의원들을 가려내기 위해 명단을 작성해 공유하고 있는 것을 겨냥한 말이다.
민주당은 오는 21일 본회의 표결에 앞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총의를 모으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부에 대한 견해차로 계파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론으로 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이날 "인사 문제를 당론으로 정하는 건 관행에 맞지 않다"며 "당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으로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표결 전략을 두고 계파 간 견해는 확연히 갈리고 있다. 친이재명계와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부결 당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고, 비이재명계에선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에 따라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 소속 한 의원은 "운영위원들끼리 모여 논의한 결과, 부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면 지지층이 총선 때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비명계 의원은 "부결이 되면 결국 '19일간의 방탄 단식'이 되는 셈"이라 우려했다. 조응천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가결해달라'고 하는 것이 제일 낫다"며 "가결이 돼도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정당이 되는 것으로 여권의 '방탄 단식' 조롱을 일거에 날려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문자를 보내 가부 의사를 확인한 뒤 실명 명단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친명계 원외인사들이 주축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강위원 사무총장은 전날 유튜브에서 "가결 표 던지는 의원들은 끝까지 추적, 색출해서 당원들이 그들의 정치적 생명을 끊을 것"이라며 부결 당론 채택을 촉구했다.
한편 이 대표 체포동의안과 한 총리 해임건의안은 공교롭게도 21일 본회의에서 나란히 표결에 부쳐지게 됐다. 법무부는 이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보냈고, 민주당은 전날 한 총리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과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은 각각 국회 제출 뒤 첫 본회의에 보고되며, '보고 이후 24시간 이후, 72시간' 내에 무기명 표결에 부쳐져야 하기 때문에 20일 보고, 21일 표결이 사실상 확정됐다. 두 안건에 대한 표결이 같은 날 이뤄지는 만큼 여야 모두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