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부진에 빠진 '수출 대장' 반도체 몫까지 대신하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던 자동차가 주춤거리고 있다. 7개월째 이어갔던 20만 대 수출 실적도 깨졌는데 전문가들은 미국 등 주요 수출국의 경기 불황과 맞물려 4분기(10~12월) 실적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자동차 동향에 따르면 8월 자동차 수출 물량은 19만9,000대로 전달(7월)의 23만 대보다 13.3% 줄었다. 자동차 수출량이 20만 대 아래로 내려간 건 1월 19만9,000대 이후 7개월 만이다. 8월 자동차 수출액 역시 52억9,000만 달러로 7월보다 6억 달러 이상 줄었다.
자동차 수출이 줄어든 건 여름휴가로 조업일수가 감소한 영향이 크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7월 31일부터 여름휴가를 실시해 7월과 8월 수출이 줄었다"면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수출은 24%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동차 실적은 3월 수출량 26만3,000 대, 수출액 65억 달러대로 정점을 찍은 뒤 △4월 만 달러 △5월 61억9,000만 달러 △6월 62억3,000만 달러 △7월 59억 달러로 줄곧 하락세를 이어왔다. 우리 자동차 수출을 이끈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수출액 역시 3월 22억7,000만 달러를 찍고는 4~7월 20억~21억 달러를 오가다 지난달 18억 달러로 내려앉았다.
7, 8월 여름휴가에도 미국 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지원 대상 친환경차 판매는 각각 1만2,800대, 1만3,800대로 사상 최고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 부진의 이유를 단순히 조업일수 감소에서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자동차 수출 하락은 '예고된 수순'이라고 말한다. 상반기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정상화되면서 자동차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대기 수요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설명이다. 산업연구원은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7~12월 자동차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0.2%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량으로 치면 월별 15~16만 대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사업실장은 "대기 수요 해소 외에도 미국 등 주요 수출국의 경기 하락으로 자동차 수요 자체가 줄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예상보다는 수출 하락세가 완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 실장도 "그동안 계약을 하고도 차를 받지 못한 대기 수요가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자동차 수출은 정점을 지나 둔화될 것"이라며 "그나마 현대차가 미국에서 초강력 마케팅을 펼쳐 수출 하락 시점을 늦췄다"고 진단했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는 IRA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져 경쟁에서 불리했지만 자체 할인과 딜러사의 추가 할인 공세로 IRA 보조금 100% 수준인 7,500달러에 판매 가격을 맞췄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IRA 발효에도 불구하고 선방할 수 있던 것은 적극적 할인 정책 때문이라 보고 있다.
문제는 4분기 자동차 수출 실적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 실장은 "8월 친환경차 수출은 줄었지만 미국 내 점유율은 더 올라갔다"며 "이 상황으로 미뤄 상반기 자동차 수출 물량이 많아 현지 딜러들이 이미 수입한 한국 자동차 재고를 소진해 8월 자동차 수출이 줄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고가 충분해 앞으로 자동차 수출이 더 감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