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석탄발전 비중은 32.5%로 원자력의 29.3% 및 천연가스의 28.2%를 상회한다. 하지만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도 석탄발전과의 이별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올해 1월 발표된 정부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에 따르면 5개 발전공기업의 석탄발전소 28기가 2036년까지 폐지될 예정이다.
그동안 우리는 석탄발전 덕분에 전기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특히 우리의 수출주도형 산업은 석탄발전 덕분에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국제 사회에 천명한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50년까지 활용하는 석탄발전소를 아쉽게도 30년만 쓰고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주요 국가들은 지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 온실가스 감축보다는 에너지 안보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 2018년 탈석탄법을 제정하고 기존 석탄발전의 대폭 축소를 천명하여 우리가 롤모델로 삼았던 독일은 작년 석탄 발전량을 재작년보다 대폭 늘렸다. 제조업 강국인 미국, 일본, 대만은 탈석탄 동맹의 가입을 계속 거절하고 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30.7%를 차지하면서 전체 전기의 60%를 석탄으로 생산하는 중국은 작년 82기 106GW 규모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승인했다. 이는 전년 대비 4배나 늘어난 것으로, 내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석탄발전소 용량 40.2GW를 크게 초과한다. 올해 상반기에도 50GW 규모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승인했다.
여름철 무더위로 우리는 거의 모든 석탄발전소를 가동했지만, 올여름의 하늘은 맑았으며 미세먼지 문제는 사라졌다. 미세먼지가 석탄발전 감축의 또 다른 중요한 이유였는데 말이다. 중국의 경기 침체가 한반도의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중국의 석탄발전이 더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요컨대 주요 국가들은 여전히 석탄발전을 활용하고 있고 중국은 오히려 대폭 늘리려 한다. 한편 고용 및 부가가치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석탄발전소가 폐지된다면 지역경제에 큰 피해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독일은 석탄발전 폐지를 위해 마련하는 총 550억 유로의 지원금 중 400억 유로를 지역경제에 집행할 예정이다.
이제 우리도 폐지 예정인 28기 석탄발전소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그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미국 및 독일이 폐지 대상 석탄발전소 일부를 뜯어내기보다는 전력수요의 급격한 증가 등 비상시를 대비하여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면서 설비를 유지하고 관리했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평소에는 가동하지 않다가 필요시 2∼24시간 이내에 가동할 수 있는 예비력 자원으로 일부 석탄발전소를 활용해야 한다.
둘째, 폐지되는 석탄발전소로 인해 늘어나는 실업자 및 지역경제 침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는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에 대한 재교육 프로그램 운영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후대응기금 등 재정을 직접 투입해야 한다. 이를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하고, 독일처럼 배출권 할당수입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석탄발전과의 이별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석탄발전을 나쁘다고만 비판해서는 안 되며, 그동안의 긍정적 역할에 대해 인정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무조건 뜯어낼 것이 아니라 일부는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예비력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아름다운 이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