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장고 끝에 악수

입력
2023.09.20 04:30
24면
흑 박지현 4단 백 이창호 9단
본선 16강 <2>



나카무라 스미레(仲邑菫) 3단의 한국기원 이적 소식이 연일 화제다. 일본 바둑 최대 유망주로 꼽히는 스미레 3단은 2009년생으로 2019년에 일본기원에서 신설한 영재 특별 채용 시스템을 통해 입단한 기사다.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현재는 일본 여자 기성 타이틀의 보유자다. 그런 스미레 3단이 한국행을 희망하는 이유는 단 하나. 더 강한 상대들과 대결하며 성장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요청을 일본기원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覚) 이사장은 “더 높은 수준에서 바둑 기술을 향상시키고 싶다는 생각은 당연한 것이다. 스미레 여자 기성의 도전을 적극 응원한다”라는 발표와 함께 승인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번 이슈를 오타니 쇼헤이의 메이저리그행에 빗대며 더 높은 곳을 향한 도전이라 표현했다. 스미레 3단은 객원기사 등록 절차를 밟은 후 내년 3월부터 국내에서 기사 생활을 이어갈 예정이다.

흑1이 기분 좋은 요처. 우변 중앙을 틀어막음과 동시에 백 석 점을 압박하는 한 수다. 이창호 9단은 백2의 응수타진을 통해 타개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그러나 흑3, 5가 절호의 반발. 흑9의 젖힘이 성립해 흑17까지 백이 크게 실점했다. 결과적으로 백의 최선은 3도 백1의 5선 붙임. 흑2, 4로 우변 백돌 두 점을 차단하는 동안 백13, 15로 우상귀를 손에 넣어 쌍방 최선의 바꿔치기 형태가 된다. 이창호 9단은 뒤늦게나마 실전 백18로 끊으며 타개책을 마련한다. 흑19는 박지현 4단의 축머리. 이때 장고 끝에 받은 백20이 흐름을 바꿀 기회를 놓친 한 수. 4도 백1, 3으로 우변을 관통한 후 백11까지 좌하귀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

정두호 프로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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