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민주당의 고약한 출구전략" 비판... 단식 동정론 확산엔 경계

입력
2023.09.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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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野 총리 해임 추진에 "선 넘은 주장" 일축
이재명 단식 외면한 정부·여당 책임론 우려에
김기현 "건강 회복 후 만나 치열하게 토론하자"

국민의힘은 18일 더불어민주당의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안 제출과 내각 총사퇴 요구에 대해 "고약한 출구 전략"이라고 일축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단식 19일째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된 데 따른 민주당의 강경 대응에 '명분 없는 단식'임을 부각하며 선을 그은 것이다. 동시에 이 대표의 건강 회복을 언급하며 단식 장기화에 따른 동정론을 경계했다.

與 '방탄 단식' 부각하며 내각 총사퇴 요구 일축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따라 열고 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한 총리 해임 추진과 관련해 "이 대표의 단식에는 명분이 없다. 168석이나 가진 제1 야당이 내놓은 단식 출구 전략이 참으로 고약하다"며 "제1 야당이자 공당으로서 역할을 망각한 선을 넘은 주장들"이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단식에서는 대의를 찾아볼 수 없고 사사로운 개인의 사법리스크만 더 많이 부각했다"며 "국민 공감대도 미미하고 당 내부에서도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의 단식과 내각 총사퇴 등 민주당의 요구가 '방탄용' '이 대표 단식 출구 모색' 차원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향해 비판 수위를 높이는 것은 민주당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부결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만약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민주당과 이 대표에 대한 '방탄'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민주당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 내각 총사퇴 등 무리한 요구를 할수록 국민 상식에서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식 외면한 역풍 의식?... 與 "회복 후 치열하게 토론하자"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도 출구 없는 여야 대치 장기화가 결국 국정운영에 무한책임이 있는 정부와 여당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나 여당 지도부가 단식장을 찾아 단식 만류와 국회 정상화를 위한 대화에 나섰어야 했는데, 이 대표의 병원 이송으로 때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로 인해 여권의 정책 의제들이 현실화하지 못하거나 이 대표에 대한 동정론이 확산될 경우, 제1 야당 대표의 단식을 외면해 온 정부·여당의 책임론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이날 "어떤 경우든 제1 야당 대표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생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제 단식을 중단하고 조속히 건강을 회복하기를 바란다"며 "건강을 회복하고 차분하게 만나 민생 현안을 치열하게 논의하자"고 밝힌 것도 만일의 역풍 가능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를 포함한 여권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 발언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단식 중단을 요청했을 뿐 이 대표의 단식장을 한 번도 찾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이 띄운 대선 공작 의혹이나 강경파 장관 인선 등이 중도층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생 현안을 주도 못 하고 극단 정치만 부각할수록 손해"라며 "이대로는 민주당에 전략에 놀아나고 있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김민순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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