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뒤 조사 정점에 도착하겠습니다."
14일 국내 최대 수산과학조사선 '탐구 23호(1,679톤)'가 55분 남짓 출렁이는 파도를 넘어 부산 앞바다, 뭍에서 약 20㎞ 떨어진 정점 'SE(South East·남동)0303'에 닿았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해양수산부가 ‘긴급조사’를 시행하는 정점 75곳 중 한 곳이다.
조사 정점에서 검사원들이 큰 플라스틱 병들을 연결한 듯한 시료 채취 장비 '로젯 샘플러'를 해수 표면 1m 아래에 1분간 담갔다. 한 병에 들어가는 바닷물은 최대 5리터(L). 이렇게 퍼올린 물은 세슘 검사용, 삼중수소 검사용 용기에 각각 나눠진다. 세슘 검사용 통에는 염산 2ml도 들어갔다. 방사성 물질이 용기에 붙는 걸 막기 위한 ‘전(前) 처리’ 과정이다. 밀봉된 해수는 곧바로 해양환경조사연구원으로 보내졌다. 공개되는 ‘긴급조사’ 결과는 약 이틀 뒤 나온다.
정부는 육지에서 300㎞ 내의 바다 정점 총 200곳에서 해양 방사능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앞바다(육지로부터 동해 20㎞ 이내, 서·남해 40㎞ 이내) 52곳은 해수부가, 먼바다 40곳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맡는다. 오염수 방류 이후 긴급조사 정점이 각각 75곳(해수부), 33곳(원안위) 더 생겼다. 일본에서 흘러 들어오는 해류 유입 경로를 고려해 중점 감시가 필요한 곳들이다.
긴급조사는 격월~반기마다 실시했던 정기조사가 세슘, 삼중수소 분석에 최대 한 달가량 걸리자 도입했다. 다만 긴급조사는 정기조사에 비해 정확한 방사능 수치까지 나오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 먹는 물 기준 최소검출가능농도인 '세슘 0.1Bq(베크렐)/kg, 삼중수소 10Bq/L' 범위 안에 드는지 빠르게 가늠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다.
수산물 방사능 검사도 이뤄지고 있다. 신속 검사, 일반 검사를 통해 안전성이 입증된 수산물이 어시장 경매에 오른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생선은 이미 정부 방사능 조사를 거쳐 ‘합격증’을 받은 셈이다. 그 현장도 갔다.
경매 시작 전인 15일 오전 2시 40분 부산 공동어시장 시료 채취 현장에선 대한수산질병관리사회 소속 조사원들이 무작위로 생선을 골라 담았다. 윤기준 해수부 사무관은 "전주(前週)에 많이 나는 어종을 분석하는데 오늘은 제주와 서해에서 잡은 고등어와 오징어, 갈치가 대상"이라고 말했다.
어종당 3㎏씩 흰 봉투에 담긴 생선은 오전 3시 39분 국립수산품질관리원 검사실에 도착했다. 감마핵종분석기 등을 통해 방사성 물질 유무와 농도를 살핀 뒤, 오전 4시 45분 '불검출' 통보가 나왔다. 이후 어시장 경매가 시작된다.
이틀간 만났던 해수부 및 유관기관 관계자들은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혹시 세슘이나 삼중수소가 기준 이상으로 나오면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에 정부 관계자 7명의 답은 같았다. "기준치 이상으론 절대 안 나오니 안심해도 됩니다." 수산물품질관리원의 한 연구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었던 2011년부터 현재까지 기관별로 총 8만 건이 넘는 수산물 검사를 했는데 한 번도 안 나왔다"고 했다. 14일 채취한 바닷물의 긴급조사 결과 역시 '안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