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비평가는 자신의 방식으로 작가를 두 번 살게 하는 자" ... 문학비평가 김미현 이화여대 교수 별세

입력
2023.09.1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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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비평은 현실에 대한 반역적인 대응이며 문학비평가는 자신의 방식으로 작가를 두 번 살게 하는 자라고 생각한다(제20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소감 중)."

세상에 태어난 문학에 자신만의 비평으로 새로운 숨길을 불어넣었던 문학평론가 김미현 이화여대 국문학과 교수가 18일 별세했다. 향년 58세.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으로 등단하여 평론활동을 시작했다. '세계의 문학'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고인은 일평생 한국 여성문학을 연구하며 여성적 글쓰기를 규명하고, 페미니즘 비평의 지평을 넓히는 데에 헌신했다. 저서로는 '한국여성소설과 페미니즘' '판도라 상자 속의 문학' '여성문학을 넘어서' '젠더 프리즘' 등이 있다. 평론집 '여성문학을 넘어서'에서 고인은 "우리 문학사에서 여성문학이 차지하는 위치와 업적이 저조한 이유를 '여성성에 대한 억압'이라는 외부적 환경에서만 찾는 것은 무리이며, 오히려 여성문학 내부의 문제를 먼저 짚자"고 말하며 '성찰적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고인은 저서 '젠더 프리즘'에서 남성문학과 대립되는 문학, 불행이나 상처만을 강조하는 여성문학으로 오해되기 쉬운 페미니즘 문학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몸, 환상, 가족, 대중성, 섹슈얼리티, 동성애, 근대성, 여성 이미지, 성장, 남성성, 동물성, 윤리 등 12가지 키워드로 한국 현대문학을 재해석한 공로로 2009년 제20회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밖에 소천비평문학상(2003)과 현대문학상(2007·평론 부문)을 수상했다. 빈소는 서울 이대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0일 예정이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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