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인아(32)씨는 추석을 앞두고 전통주 정기 구독 서비스에 가입했다. 매월 4만 원가량 내면 선별된 전통주 세 병을 배달받는 서비스다. 김씨는 "지역 전통주에 관심이 많았는데 명절을 앞둔 김에 구독을 시작했다"며 "가족이 모이는 추석 때 명절 음식과 마셔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박모(36)씨도 추석에 마실 전통주 세트를 준비했다. 그는 "추석 당일 차례를 지낸 뒤 식사를 하는데 한식과 페어링할 수 있는 전통주가 좋을 것 같아 미리 주문했다"며 "색다른 전통주를 찾아 가족들에게 소개하고 나누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바야흐로 전통주의 계절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재술'로 취급받던 전통주가 색다른 맛과 세련된 디자인을 입고 변신 중이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전통주를 찾는 소비자는 의외로 2030세대. 한때 차례상에 올리는 술로 정종이라 불리는 일본식 청주를 고집하던 때도 있었지만 최근엔 전통주가 뜨면서 전통주를 차례주로 선택하는 이들이 늘었다. 원하는 전통주를 수소문해 전문 판매점을 찾고, 전통주만 취급하는 온라인 사이트를 찾아 사전 주문한다.
우리 조상들은 흔히 나는 재료나 제철 재료로 전통주를 빚었다. 전통주는 재료와 제조 방식에 따라 탁주와 약·청주, 과실주, 증류주 등으로 나누는데 2021년 기준으로 유통 가능한 전통주 면허만 1,401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지역 특산주 면허는 1,349개, 민속주 면허는 52개다. 2022년도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통주 판매 금액은 941억 원으로 전년 대비 50.2%가 증가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상반기(1~4월) 롯데마트의 전통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이상 증가했으며, 편의점 CU도 올해 상반기(1~5월)의 전통주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늘었다.
이 같은 흐름은 오프라인 매장을 넘어 온라인 시장까지 확장하고 있다. 현행법상 주류는 온라인 판매가 금지돼 있지만 2017년 6월 전통주에 한해 통신판매가 허용되면서 제2의 전성기가 열린 것이다. 비대면으로 재미를 찾는 데 익숙한 젊은 층에겐 전통주 구독 서비스나 전통주 전문 온라인 쇼핑몰이 전통주를 구매하는 주요 창구로 통한다. 실제 전통주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술담화'의 고객은 80%가 2030세대다.
추석을 앞두고 각광받는 전통주는 단연 증류식 소주. 다양한 술과 음료를 자신의 입맛대로 섞어 마시는 믹솔로지(Mixology) 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에겐 얼음을 넣은 온더록스로 즐기거나 애매하게 남은 술에 탄산수, 진저에일, 라임주스 등 부재료 비율을 달리해 자신만의 하이볼을 손쉽게 만들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명절 음식과 궁합이 좋을 뿐만 아니라 식전주나 디저트로 활용하기에도 부담이 없는 막걸리도 인기가 높다. 주류업체에서는 바나나, 복숭아, 청포도 등 과일을 소재로 한 한국형 칵테일을 여럿 선보였을 정도. 고흥산 유자 과즙을 넣은 서울장수의 '달빛유자'의 경우 막걸리 제품으로는 드물게 100일 만에 10만 병이 팔리며 'K칵테일'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진입장벽이 낮고 셀프 제조가 쉽다는 점도 장점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막걸리에 다양한 시럽을 넣어 완성하는 셀프 막테일(막걸리 칵테일) 제조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